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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대육각형 / 조연호

― 시인의 삶


   나는 꽤 어지러운 사람인 채로 팔려나갔다. 그러자 햇빛이 들이쳐 내 구경꾼이 변색했다. 여름엔 철물공장이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러니까 공장장은 여름이 끝나길 기다렸다. 강 위를 걸어 온 자가 가축이 누웠던 자리의 수취인인 걸 계절의 겉봉을 찢으면서 알게 되었다. 만두피 같은 지느러미를 환절기와 바꾸느라 강어귀는 희고 맑았다.

 

   철물은 매번 모양이 육각형이었다. 아리따운 처녀들은 배설한 소년을 배웅한다. 매미여, 밭을 태운 죄는 일 년을 가니 너는 다음해에 오너라. 날개만을 위해 울음 안쪽을 메우다보면 하루의 입술은 짧고 공기의 취미는 길다. 누나들은 자가발전의 방을 가지고 가출했는데 안쪽으로는 무수히 주름을 접어둘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 수가 줄지를 않았다. 육각형 안엔 삼각형도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물을 끓일 수도 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방울만이 방울을 반겼다. 인부들이 허공에 협궤를 박는 모습이 구석방 하나 안에 모조리 들어가 있었다. 가끔 흐르는 땀을 모래가 대신하기도 했고 구르지 않는 바퀴를 집으로 돌아가는 길로 대신하기도 했다. 그런 여름의 손수건이 겨울의 대육각형 끝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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