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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각五角의 방 / 김종태
겨울나무들의 신발은 어떤 모습일까, 쓰러진 나무는 맨발이고 흙 잃은 뿌리들의 마음은 서서히 막혀간다 차마고도를 온 무릎으로 기어넘은 듯 가죽등산화가 황달을 앓는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직의 남루와 사선의 슬픔 사이로 스미는 잔광에 빗살무늬 손금이 꼬물거린다
바른쪽 이마로 서녘 하늘을 보려는 글썽임이다
마음의 파편으로 서늘한 가슴을 잡는 암벽등반의 안간힘이다
기억은 끝끝내 한 점일까, 그곳에 느리게 닿아가는 사투들, 그 점을 먼저 안으려는 투신들, 어디로 향할 수 없는 주저함에 몸을 닫는 밤이다 피와 살의 경계로 한 가닥 비행운이 흐릿하다 지상의 방들은 언젠가 병실일 터이지만 스멀거리는 약냄새는 낯익도록 말이 없다 모든 비유는 환멸을 향한다고
이토록 고요한 읊조림이 있었던가
기역자 양방향 창에 퇴실한 부음처럼 눈발이 부딪힌다
첨탑으로 치솟는, 입간판에 주저앉는 맨몸의 무너짐 허나 감각이 사라진, 고통은 있으나 느끼지 않는 언어도단이다 두세 마디 허공 사이 헐벗은 역설은 굳건한 방정식으로 내려앉을까 눈물 속으로 들어간 시간이 와디처럼 흘러가면 사구 위 푸른 꽃잎을 회색 속옷으로 덮어주고 싶다
침대 밖으로 나와 있는 무릎은 여전히 고도를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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