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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내 가장 먼 여행2 / 이가림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이렇게

육심 년도 더 넘게 끌고 온

꿰매고 기운 헝겊 투성이의

내 슬픈 부대자루를

해지는 고갯마루에 잠시 부려놓고

하늘에 밑줄 친 듯 그어진 운평선에

망연히 한문팔고 있노라니

예전에 어디선가 본 듯ㅎㄴ

허연 수염 휘날리는 조각구름 하나가

불현듯 다가와

축 처진 내 어깨를 두드리며 타이르네


"그 동안 많이도 수고했네만

네 부대자루가 넝마가 될 때까지

조금만 더 끌고 가보게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천길 낭떠러지

그 미완성의 정점 끝에 다다를 것이니

그 때 푸른 심연의 바다 한 가운데

서슴없이 뛰어내리게"


이렇게 저렇게

저렇게 이렇게

육십 년도 더 넘게 끌고 온

꿰매고 기운 헝겊 투성이의

내 슬픈 부대자루,

다 닳아진 한 조각 걸레가 되기까지

해 떨어지기 전

생의 마루바닥을

무릎 꿇고 더 닦아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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