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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커튼콜 / 육호수

 

   살점 없는 십자가를 왜 바다에 던지나

 먹다 만 빵을 바다에 던지면 새들이 뛰어들어 헤엄쳤다

 부끄럼도 없이

 아름답게

 

 파도는 내가 버린 얼굴들이었으므로

 나의 해변은 항상 모래성보다 먼저 폐허였다

 알아들을 수 없는 농담처럼

 내게 맞지 않는 신발들만 밀려왔다

 

 썰물, 모래 위엔 두마리의 물고기

 젖은 이불을 덮어주면 끝없이 불어나며 파닥였다

 집에 돌아와도 파닥파닥, 끝나지 않는 커튼콜

 

 짠바람 먹은 베개 밑에 칼을 묻고

 아무도 아이를 배지 않는 이불을 덮었다

 잠을 깨지 않는 얼굴들 일흔명을 일곱번씩

 집에서 몰아냈다

 일흔번째, 일흔의 일흔번째에도 파도가 왔다

 

 그러다 내가 먼저 잠이 드는 날이면

 모르는 사람 잠에서 깨어 해변에 나무를 심었다

 잠든 내 머리를 빗기면

 조용히 나무가 자라고

 나무에 새긴 이름들

 산모의 튼 살처럼 갈라질 때까지도

 짝짝짝 끝나지 않는

 

 커튼콜; 신이 떠날 때 우리에게 그림자라는 뿔이 돋아났다

 

 나를 집어 바다에 던지면 검은 개들이 따라 뛰어들었다

 용서도 없이

 아름답게

 

 바다 위 부표를 볼 때면 젖니가 흔들렸다

 구름은 바다의 끝자리에서 뛰어내려 선분이 되었다

 멀어지는 뒤통수처럼 하늘이 돌아눕고 있었다

 

 커튼콜, 내가 살아난 이유를 오래 설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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