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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 / 김종연

 

새벽에 부음을 들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의사는 죽은 지 백년이 넘은 환자의 예를 들면서 자신이 죽었다고 믿게 되는 것도 하나의 증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죽은 지 백년이 지났지만 이렇게도 살아 잇습니다

 

몸이 다시 사는 것을 부활이라고 한다면 영원히 사는 것은 증상입니다만 저는 제 손으로 시신을 몇 번이나 수습한 적이 있습니다 운명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깊은 퇴폐의 밤을 보내도 범해지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무언가 저를 이토록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가 있는 창부가 아이를 생각하다 절정을 맞게 되는 것처럼 다 잃고 조금 구하는 일입니다 사랑 없이도 저를 흔드는 비밀은 거의 다 보고 나서야 재방송인 걸 깨닫게 되는 판타지입니다 여자는 이미 낳아버린 아이를 안고 자주 저울에 올라갑니다

 

백년 후의 제가 누워  있는 작은 방 안에서 체념할 수 있는 인생이 아직도 몸을 쓸어주고 갑니다 이 새벽의 몰락과 부흥을 동시에 바라면서 하룻밤 만에 부활하고 이들을 기다린 여자가 되어

 

너는 내가 죽었다는 말에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구나 백년 전에 죽은 아이가 백년 후의 거짓말 때문에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

 

 시 부문 : 손택수(시인), 이영광(시인), 조용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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