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새 그물 / 김재호

 

그들은

새 그물에 무엇을 담그려고 했을까

사방에 펼쳐진 땅으로는 부족해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관찰하고

드넓은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지 모르겠다

 

새 그물로 무엇을 잡으려고 했을까

한낱 왕의 의지로는 역부족이라 느껴

신하들의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쉬;ㅂ사리 부서지고 마는 민심을

모으려고 했을지 모르겠다

 

새 그물을 보며 무엇을 떠올렸을까

담고 담다보면 찾지 못하여 잊어버리니

버리고 또 버리며 마지막 남게 될

참된 뜻을 바랬을지 모르겠다

 

얽히고 설킨 윤회의 끈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고

외세의 침략이나 지축을 흔드는 천재에도

낡아 헤지는 경우가 없으니

그들의 그물은 지금까지도 우리 손에

온전히 새 그물로 남아 있다.

 

 

 

심사평

 

신라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조망하지 못하거나 미학적으로 형상화하지 못한 작품을 걸러내고 선자들의 손이 남겨진 작품은 다섯 분의 십여 편이었다. 그 중에서도 최종심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은 새 그물,나의 첨성대,첨성대세 편이었다. 이들 작품은 어느 것을 당선작으로 뽑아도 무방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그러나 한 편을 골라내야 하기에 선자들은 이 작품들을 꼼꼼하게 읽어나가며 단점을 짚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첨성대는 첨성대를 할머니와 동일시하여 촘촘하게 빚어내는 상상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묘사가 돋보였다. 삶의 경험이 녹아있다는 점에서는 이번 응모작 가운데서 발군이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언어운용에 있어서 응축과 핍진성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언어를 과감하게 덜어내는 훈련을 했으면 한다.

첨성대는 시적 화자를 첨성대로 잡아 시를 운용하는 능력과, 낭만이 있었던 신라인과 메마른 현대인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점이 좋았다. 형태시의 시도도 의욕적이었다. 그러나 1-3연에서 매력적으로 끌고 가던 묘사는 무뚝뚝한 신라인과/말없이/별들을 헤아린 적이 있었다로 된 4연에서 너무 단조로워져서 균형이 깨져버렸다.

새 그물은 우선 보기에 지적인 작품이다. 지적인 속성은 시에서 보통 경계한다. 그러나 이 시는 신라라는 언어의 해석을 지금껏 볼 수 없는 새로운 시야로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그물은 땅과 바다, 끝간 데 없는 하늘’(1)은 물론 왕의 의지와 흐트러진 신하의 마음, 백성들의 심성’(2), 나아가 마지막으로 남게 될 참된 뜻’(3), ‘침략과 천재天災(4)’를 넘어 아직도 미지의 새로움으로 펼쳐져 있다.

이번에 지진으로 흔들린 마음까지를 다잡고 머언 미래에도 여전히 펼쳐질 새 그물, 그 이름 신라가 찬연하기 그지없다. 흔쾌하게 당선작으로 선했다. 좋은 작품을 뽑게 되어 기쁘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임수

경주대학교 한국어교원학과 손진은

'국내 문학상 > 월명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5회 월명문학상 당선작  (0) 2018.10.29
제14회 월명문학상 당선작  (0) 2017.11.18
제12회 월명문학상 당선작  (0) 2015.10.27
제11회 월명문학상  (0) 2015.10.27
제10회 월명문학상 당선작  (0) 2013.11.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