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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 유수현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17 신춘문예 당선시집

 

nefing.com

 

 

 

[당선소감] 답장 없는 편지첫 답장을 받았습니다

 

답장 없는 편지를 쓰다 처음 답장을 받은 마음입니다. 이 느낌이 신기해 꽃병에 넣어 기르고 싶습니다. 물을 주고 또 지켜보고 싶습니다. 잘 묶어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습니다.

 

문정희 선생님, 정호승 선생님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실 때 칭찬받은 아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윤한로 선생님, 배은별 선생님, 김유미 선생님. 처음 시를 쓰는 재미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남진우 교수님, 박상수 교수님, 천수호 교수님.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지윤아, 은경아, 유수야. 매번 나 반겨줘서 고마워. 원석아 네 방 더러워서 내가 청소하고 나온 거 잘했지? 깨끗하게 나랑 오래 만나자. 의석이 형, 태희 형, 윤희 누나, 다영 누나, ·누나로 나한테 있어줘서 고마워. 성원아, 가원아 맛있는 곳 있으면 소개해줘. 다 같이 가서 맛있게 먹자.

 

도훈이 형, 철용아 우리 계속 시를 쓰자. 호숫가 여인숙에서 바라보던 철길처럼 오래오래 이어지자. 종연이 형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시 쓰고 읽어준 거 정말 고마워요. 성연아, 재한아 이제 좋은 형이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사랑해.

 

다희야 술 마셔줘서 고맙고, 지원아 네가 우체국을 찾았기에 이 공모를 낼 수 있었다. 꼭 만나자. 상원아 매일 밤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말이 꿈이 되었다.

 

안또니오 신부님, 레문도 수녀님 군생활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브리엘 학사님 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안드레아, 엄마 데레사, 형 이냐시오와 시몬, 이유 없이 사랑해주기에 항상 미안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시를 읽어줄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당신이 오늘의 사람일지 내일의 사람일지 내가 죽은 후의 사람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뿐입니다.

 

 

 

 

[심사평] '무엇이 우리 삶의 진실인가' 질문을 던지다

 

오늘날 한국 시의 큰 병폐 중 하나로 소통의 결핍과 부재를 들 수 있다. 시를 쓴 사람과 시를 읽는 사람이 서로 소통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실적 삶과 동떨어진 비구체성, 환상과 몽상의 방법으로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언어적 태도, 개인의 자폐적 내면세계에 대한 지나친 산문적 천착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이러한 시들을 제외하고 시적 형성력의 구체성이 높은 작품을 우선하기로 먼저 논의했다.

 

본심에 오른 15명의 작품 중 최종적으로 거론된 작품은 곽문영의 마법사 K’, 이광청의 초콜릿’, 이은총의 야간비행’,노경재의 캐치볼’, 신성률의 신제품’, 유수연의 애인등이었다. 이 중에서 신제품애인을 두고 장시간 고심했다.

 

신제품은 구멍가게를 하며 늙어가는 한 내외의 삶을 신제품에 빗댄 시다. 옛것을 통해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있는 시로, 발상은 신선하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산문적 안정감이 오히려 시적 형성력과 신선미를 잃고 있다고 판단했다.

 

애인은 시대적 삶의 투시력이 엿보이는 시다. 오늘의 정치 현실을 통해 무엇이 우리 삶의 진실인가 질문을 던지는 시다. 그러나 단순히 정치 현실을 바탕으로 세태를 풍자한 시라기보다는 인간관계로 이루어지는 총체적인 삶의 진실을 추구한 시다. 여와 야, 적과 동지,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 서로 적대하는 관계가 오늘의 정치 현실적 관계라면, 이 시는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에서 알 수 있듯 인내를 통한 평화와 자유의 관계가 현실적 삶의 진정한 원동력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에서도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드러내는 듯하지만 실은 그 가치의 공존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오늘 우리의 삶을 애인 관계의 공생성에서 찾아내 부정을 긍정으로 전환하는 데에 성공한 이 시를 통해 내일 우리의 삶은 분명 사랑과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문정희(시인), 정호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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