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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생각 / 김용삼
喪家에 다녀온 후 녹초가 되어
문간방에 누워 있었습니다 네 살 먹은
딸 아이 문밖에 서서 우는데
문을 열어주기가 싫었습니다 아이는
아빠를 서럽게 부르며 문을 두드립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다 문득
작은 방이 무덤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언젠가 마지막 옷으로 갈아입게 되는 날이면
무덤 밖에 서서 지금처럼 아이는
대답 없는 나를 부르며 눈물 뿌리겠지요
그때에는 일어나 달랠 수도 없겠지요
관뚜껑 같은 문을 열어
우는 아이 품 속에 꼭 안아 봅니다
우물
그날 아침
서너 명의 인부를 따라 감나무 밭으로 갔습니다.
마른 삭정이처럼 굳어 가는 할머니의 몸을 안마하던
내 손에는 어느새 삽이 들려 있었습니다.
구덩이에서 뻘건 흙을 퍼 올리다
물기 번져 오르는 바닥을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언젠가부터
우물을 파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에게 한 번도 싫은 소릴 하지 않았다는 할머니,
흰 줄에 매달려 두레박처럼
우물 속으로 깊이 내려졌습니다.
후두둑 흙이 떨어질 때마다 흐느낌들이
그 봄을 출렁출렁 적셨습니다.
고향집 감나무 밭에 생겨난 우물은
가뭄을 타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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