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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한 독백 / 김태우

 

몸둥이만 가지고 한국을 찾았다고 했다

바다의 물결을 가르던 지느러미의 불규칙한 호흡이

온 몸을 긁어도, 아가미에 잘린 언어를 제떄 뱉지 못해

길을 잃어도 그녀는 몸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통조림이 되고 싶어요. 그녀가 뱉은 첫마디에서

나온 낯선 언어의 부스러기들

한국을 향해 온 감각 없는 꼬리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태국의 바다 향은 지워지지 않고 따라다닐 뿐

등 푸른 그녀의 입에서 떨어지는

건조한 언어에게 누구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몸을 구겨 넣을게요. 머리도 허리도 모두 버릴게요

통조림이 되어 한국으로 데려다주세요

그녀의 입 주위 근육이 흔들렸다

아가미 대신 선택한 폐에는 낯선 공기가 가득했다

한국에 도착해 처음 온 그 곳,

주인이 밟아 통조림을 부셨다 도마 위에 넘쳐흐르는

토막처럼 그녀의 혓바닥은 살아 있었다

수돗물이 묻은 동공이 둔해졌다

한국에 첫발을 내딛었던 그녀

고향을 바라보며 잠을 잤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뱃속에서 영원히

 

엄마 한국은 지낼 만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는 메아리는

바다를 건너 신나게 헤엄을 쳤다

목적이 없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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