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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몽유도원도 / 한교만

 

꽃잎 펄펄 흩날리는 어느 봄날이었나. 나른해진 강기슭에서 나는 꽃이 활짝 핀 복숭아나무

몇 그루를 수목담채로 화폭에 그리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작은 배 한 척 인기척도 없이 눈앞을 스치듯 지나갔다.

 

손을 흔들어 안부를 물었으나 은자隱者는 느릿느릿 노를 저어 물안개 자욱한 상류 쪽으로 사라지고 채 마르지 않은 축축한 복사꽃들이 배가 지나간 흔적을 덮어주고 있었다.

 

조각배가 지나간 물이랑을 지우려 애써 낙화하는 붉은 꽃잎들.

 

나는 붓놀림도 잠시 잊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수시로 잃고 캄캄한 색조의 하류를 향해 떠내려갔다.

 

사흘 만에 내통한 바깥세상은 막 피기 시작한 봄꽃구경을 떠나는 함성으로 여전히 소란스럽고,

 

화폭을 두루마리로 펼치자 물감이 잘 마른 복사꽃들이 안견의 낙관만을 마지막으로 남겨놓고 있다.

 

저쪽은, 상춘이 다 끝났는지

창밖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더 이상 번짐이 없는 배접상태의 도원桃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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