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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시흥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가묘 / 장이옥
언 땅 귀퉁이를 숟가락으로 긁는다. 사과 반으로 잘라 발 집어 넣으면 손바닥에 흥건한 흙냄새 방울방울 식은 땀이 무덤이라는 듯 흘러내리는, 산 그림자를 따라 마을 입구로 옮기는 뻐꾸기 울음에 노랑나비 한 마리가 민들레 꽃잎 위에 촛불을 켠다. 동그랗게 말려 들어가는 아버지, 주무세요? 사과나무 굽은 가지가 내려와 가쁜 숨소리에 졸졸 구멍을 낸다. 바닥에 누워 있는 아버지 발 등에서 사과 한 개가 짓무르고 있다.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며 사과 사세요. 구석구석 다니며 그늘 솎는 어머니, 나는 깨진 창을 주머니에 넣고 해가 지도록 만지작거린다. 하나 둘 셋 넷 햇살 놓쳐버린 잠 속에서 놀란 송아지처럼 껌벅이는 눈, 천장에 박혀 푹 꺼진다. 햐안 머리에 벌레 알 까는 줄 모르고 드르렁 드르렁 땅만 뒤집는 아버지, 텅 빈, 속이 바짝바짝 타고 있다.
오래된 미래에서 온 답신 / 김혜숙(수원시 영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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