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늘 푸른 응급실 / 이언지
사람들은 신중한 보폭으로 그곳을 찾는다
푸른 링거병을 든 나무 간호사들은 한결같이 친절하다
피톤치드를 처방하는 의사의 얼굴은 깊이 아파 본 자에게만 보일 것이다
ㅡ산이 뚜벅뚜벅 내게로 걸어온 순간 먼 슬픔은 시작되었다
하룻밤 사이 한층 다복한 꽃송이를 달고 선 산벚나무 아래
그곳 어디쯤에 흘렸을 내 눈물의 부스러기들을 더듬으며 산벚나무 하얀 꽃들을 올려다본다
제 살로 초록빛 띠를 두른 리기다소나무 옆
길게 팔을 늘어뜨린 산벚나무 하얀 손이 어깨를 건드린다
마주잡은 손의 감촉이 서늘하다
서늘함 속에 따뜻한 미소를 담고 사는 이들의 방
하얀 꽃잎 다섯 장에 서린 심연의 기둥을 들여다본다
사라져 갈 것이다 그 꽃들, 사라져 영원을 돌볼 것이다
ㅡ나를 괴롭히고 고문하던 모든 것들을 서스펜스라고 하자
그때 점점 가까이 다가오던 노랫소리
홀로 오는 이들은 허리춤에 노래를 달고 오기도 하는데
기댄 사람, 누운 사람, 소리 지르는 사람
마른 소나무 거꾸로 매달려 절벽에 의지하듯*
한순간 몸을 열어 귀 기울이다 보면 아픈 시간도 금세 지나갈 것이다
늘 푸른 응급실
그곳은 따뜻한 밖이며 서늘한 안이다
처방전을 들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한 잎 나뭇잎을 닮았다
* 이백 촉도난
[우수상] 유형별 연애지침서 / 이면
[우수상] 꿈꾸는 거인 / 김효용
달의 지면을 외눈의 거인이 걷는다 당신의 방까지 이어진 가느다란 진동을 오랜 청취자와 화병이 듣고 있다 수도곡지가 반쯤 자세를 틀고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감상을 쏟아놓는다 이국의 땅을 돌아온 침묵이 달의 계곡에 쌓이고 있다 들끓는 그곳을 건너는 거인이 당신의 꿈을 꾸고 있다 길은 달의 뒷면으로 이어져 있다 당신이 수도꼭지를 틀고 화병의 물을 가는 사이 달이 몸을 튼다 거인이 심연을 낚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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