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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 남태현
따뜻한 공간에 한 사내가 들어 있다
그 속은 햇살이 말랑말랑한 속살을 데우고
껍질을 단련시키고 있다
몰캉한 벽들이 사내를 에어백처럼 지탱하고 있다
처음부터 공간을 배정받은 사내는 혼자였고
바람조차 들어갈 수 없는 한 칸의 방
좁은 공간에서 육체의 부피를 그리고 근육을 키운다
사내는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탈출을 포기했는지도 모르지만
가지에 매달려 포만감으로 채워진 집은
날마다 가시가 칼칼해지고
한 계절이 지나가면서 몸집을 통통하게 불려주었다
수만 개의 가시에 포위된 껍질 안에서 산통이 시작되었다
터질 듯 통증과 함께 분만이 시작되었을 때
거꾸로 떨어진 한 사내가
머리 빡빡 깎은 채로
언덕을 까칠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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