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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河中島) / 홍성준
영산강 하구에는
강물이 흘리고 간 모래가 섬처럼 남아
이내 남겨진 것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몇 개의 억새풀 씨앗이 검게 떠밀려와
서로 몸을 비비며 군락을 이루고
검은 비닐 따위가 수초마냥 휘청대고 있다.
아차, 하는 순간 모두 떠내려갈 것 같은 적막.
하지만, 하중도는 적막 속으로 떠내려가지 않는다.
차박차박 물장구치는 소리와 함께
무리를 놓친 뿔논병아리가 머리를 내밀고
깃털을 털며 가늘게 훌쩍이는 소리가
간간히 물결치듯 적막을 밀어냈다.
시베리아 강가에 알을 품은 다른 둥지마냥
빈 모래 무덤에 슬픈 부리를 비비며
그는 오후의 여름을 힘겹게 넘고 있다.
비빌 언덕이 필요한건 모두 마찬가지.
누군가 크게 한숨이라도 쉬면 날아갈 듯한,
하중도가 떠내려가지 않는 건
그가 부리로 단단히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상류에서 떠내려 온 비닐봉지만 칭얼댈 때에도
텅 빈 모래 둥지가 황폐한 바람에 나동그라질 때에도
강가와 맞닿은 곳에 하늘로 물관을 내린
나무뿌리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밀며
지치지 않은 새로운 둥지를 쌓아올린다.
늦은 가을의 귓바퀴, 뿔논병아리의 물장구소리에
도시에서 떠내려 온 이들이 어딘가 자신을 단단히 묶어둘 곳을 찾고 있다.
홍성준- 하중도
이진 - 물 속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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