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팔야리 왕숙천 / 최윤희
내리 쬐는 태양, 터벅터벅 목 마른 듯 내 발자욱.
저녁에 다다르면 한강과 몸을 섞을 수 있을까.
남양주에서 구리를 지나 한강으로 걸음을 옮긴다.
팔야리에서 누웠던 격렬함, 여전히 잉어들은 날쎄다.
불안한 현기증 눈부시게 부서지는 강물에 쏟아내어 부서뜨려 본다.
철분제와 신경안정제, 의사의 조언 따위를 양발에 묶는다.
왕숙천에선 날쎈 물고기 튀어 오르겠지.
고기 비늘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은빛, 검푸른 물결은
마치 숨쉬는 듯 강을 지키려고 호흡하는 것.
왕숙천에 다다르면 강의 호흡을 배울 수 있을까.
조선 태조가 상왕으로 있을 때 팔야리에서 8일을 머무른 것 처럼
나 자신도 강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잠시 동안의 거처를 두고 사색에 잠긴다.
저녁을 지나 밤이 되고 또 다시 새로운 날이와도
팔야리 왕숙천은 넘치지 않고 오래도록 흐를 거라고.
상왕과 나에게 그러했듯 하천은 또 다시 누군가에게 불안을 묻게하고,
시를 쓰게 하고, 굴곡진 삶을 헤쳐 나갈 호흡을 알려 줄 것이다.
그러고도 또한 하천은 약이 없이도 나를 숨쉬게 할 것이다.
'국내 문학상 > 하천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0) | 2013.04.16 |
---|---|
제2회 하천문학상 장려상 (0) | 2011.08.13 |
제2회 하천문학상 최우수상 (0) | 2011.08.13 |
제1회 하천문학상 장려상 (0) | 2011.08.13 |
제1회 하천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0) | 2011.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