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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水鐘寺 물소리 / 최분임


저기, 저 강물 굽이치는 소리에 귀 던져둔 늙은 절 하나 있지


절을 빠져나간 귀가 데려오는 흐린 강물 한 자락

요사채 마루 헛기침 소리에도 아득하게 돋아나곤 하지

내 얕은 잠 속 일주문을 들락거리던

해우소 앞 은행나무 한 그루 

저 세월 안쪽 누군가 몸속을 비우러 들어가서 돌아오지 않는지

노복老僕같은 몸, 늘어진 가지마다 강물 서성이는 소리를 매달지


강기슭 환한 엉덩이 내리고 물결 해찰하던 보름달이

제 발밑 어린 짐승들 고픈 배를 끌안고

대웅전 앞마당 적요를 쓸어 담는 새벽이면

기다림으로 축축한 댓돌 코고무신 이슬 털고

물빛 탁발 나가는 연둣빛 나뭇잎들,

오래 그리운 것들은 제 그림자를 밟고서도

빛을 찾아 나서곤 하지


그 어스름 길섶으로

꿈은 제 안의 모서리를 깎는 일이라며

풍경소리 속으로 밤낮없이 아가미를 헹구러 오는

물고기의 슬픔을 어루만지다보면

텅 빈 목탁소리에 똬리 튼 내 가파른 생각들

자박자박 파랑波浪으로 쓸려가곤 하지

주먹만 한 어린 것 하나 매달지 못한

내 마음의 백팔번뇌 돌계단을 때리고 가는

길고 푸른 종소리


저기, 저 말간 말씀 하나 저물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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