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괘릉 / 장선희
도래솔이 가마우지가 되는 곳이 있다
굽은 몸들이 서로의 물길
꿈틀대며 열어줄 때
가마우지 깃털 같은 어스름이 상륙한다
그러면 날갯죽지 돛대로 세우고
천 년 잠에서 알 하나 둥실 뜬다
물때를 기다려 달빛 부서지고
날갯짓 소리가 저어가는 어둠,
꿈도 오래되면 둥글어지는지
그 한쪽을 밀치고
희뿌염한 지상의 달이 항해를 시작한다
더 어두워질 때를 기다려
먼 바다로 나서면
긴 목 뽑아 하늘로 자맥질하는 가마우지들
별을 사냥하고도 삼키지 못해
목울대가 가지로만 커가는 도래솔
적막도 오래되면 나무처럼 자라는가
오랜 잠에서 뻗은 가지가
가마우지처럼 긴 목을 늘여 구불텅
천년 묵은 살찐 고요를 삼키고 있다.
[가작] 에밀레종 이야기 / 이우식
어둠 갈피 툭 찢는 낮은음자리 하나
잃어버린 새끼를 찾아 밤새 피를 토한
마알간 옹달샘 눈망울 어미 소 슬픈 울음
이제 막 눈뜬 씨앗 흙 내음에 취하듯
알 껍질 깬 어린 연어 먼 바다를 그리듯
우윳빛 母性을 향해 불쑥 목젖이 탄다
차갑게 마주한 벽 뜨겁게 열고 싶어
거친 숨을 고르는 강물처럼 시퍼런 본능
아무런 까닭도 없이 눈물이 피잉 돌며
서로 맞부딪쳐 튀는 사금파리 같은
혼자 부둥켜안고 활활 사른 불꽃같은
가슴팍 심연 한가운데 뭉클 파문이 인다.
<심사평>
소재의 나열이나 신라예찬 위주의 작품들을 읽어나가다 [에밀레鐘 이야기] 외 7편, [괘릉] 외 5편, [흙] 외 1편,을 만난 것은 소득이었다. 이 세 분의 작품들은 신라 정신을 창조적으로 형상화한 점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심사자들을 몇 번이고 정독을 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시적 구조가 단순하다는 점에서 [흙]이 먼저 제외되었고, [에밀레鐘 이야기]와 [괘릉]이 남았다. [에밀레鐘 이야기]는 종소리를 송아지를 찾는 어미소의 울음과 어미소를 찾는 송아지의 울음으로 수렴시키고 그 소리를 다시 벽에서 터져나와 가슴 속 심연을 향한 활활 사른 불꽃으로 승화시킨 점이 빼어났지만 에고이즘이라는 단어가 거슬렸다.
[괘릉]은 이와 반대로 도래솔 가지를 긴 목을 늘어뜨린 가마우지로 잡은 시각적 묘사가 돋보였다. 특히 끝 부분으로 오면서 달을 삼키는 가마우지의 불룩한 목을 다룬 꿈틀거리는 묘사는 압권이었다. 다만 중간 이후로 가면서 달이 자주 노출된 점은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심사자들은 오랜 논의 끝에 창의적인 표현에서 앞선다고 판단되는 [괘릉]을 당선작으로, [에밀레鐘 이야기]를 가작으로 뽑는다. 아깝게 선에서 탈락한 [흙]의 작자를 비롯한 응모자 모두의 분발을 촉구한다.
심사위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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