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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사 터 / 이종암
- 월명사
동생, 너 죽어 석삼년 너는 폐허다
남산과 낭산 사이 길 한쪽에 널브러져
절대 침묵의 흔적으로만 남은 폐사지
사천왕사 터, 목 잘린 귀부를 매만진다
죽은 누이에게 제濟 올리며 월명사
부르던 그 노래 따라 부른다
죽음으로 생生은 완성되는 것인가
폐사지, 저 절대의 침묵이
절터를 두 동강으로 끊어놓은
철길의 쇳소리 다 잠재우고 있다
월명의 슬픈 노랫가락이 물살 져 오는
팥죽빛 서녘 하늘로 새 한 마리
날아가는 걸 봤다 가릉가릉 그 소리
아직 몸에 남아 있어 나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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