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결과 발표 -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유종호(문학평론가), 김종해(시인)
한국 현대시의 내일을 이끌어갈 신인을 뽑기 위한 신인작품 공모작에 대한 심사가 공모 마감일부터 예심을 거쳐, 2월 3일 《시인세계》 회의실에서 최종심을 가졌다.
이번으로 세번째가 되는 《시인세계》 신인 공모는 그간 우편과 E-메일로 접수받았지만 이번 심사에서부터는 인터넷 홈페이지(seein.co.kr)에 온라인 신인 공모 게시판을 개설하여 인터넷 글쓰기에 익숙한 온라인 세대의 응모작품도 함께 받았다. 이번 공모에 응모한 사람은 총 108명이며 전체 응모작품은 1,120편이었다.
온라인 응모 작품은 580편(57명)이었고, 우편과 E-메일로 접수한 작품은 540편(51명)이었다. 이중 예심을 통과한 16명(온라인 4명, 우편과 E-메일 12명)의 작품에 대해 1차 심사가 이루어졌고, 결국 최종심에는 4명의 응모자가 남게 되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경향을 보여주었다. 인간 욕망에 대한 재미있는 관찰이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 가려진 삶의 진실에 대한 기록, 관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 사물화한 시, 농촌 풍경을 관념이 아닌 일상생활을 통해 여유롭게 그려낸 시, 하나의 문화체험을 은유화하여 새로운 비전을 열어 보이는 시,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개인의 내면 풍경을 집요하게 포착해낸 시 등 다양한 창작 방법과 개성적인 시각들이 풍성하였다. 하지만 세계와 사회보다는 자아나 개인 쪽에 무게 중심이 놓여진 이번 응모작들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거대담론의 추상에서 벗어난 일상의 구체적인 감각들이 간혹 사변화되어 상상의 폭을 위축시켰다는 점이다.
예심을 통과한 16명의 명단(가나다순)은 아래와 같다.
김영수, 「재미없는 자미」 외 13편
문학주, 「수국」 외 20편
박시윤, 「은행나무 바람을 모아」 외 9편
배재형, 「매트릭스에서 배달된 편지」 외 17편
강욱, 「장미여관」 외 9편
서정, 「유리 닦는 사내」 외 9편
안승범, 「다시 나무에게」 외 13편
이근창, 「나비」 외 18편
이도희, 「썩는 것에 대하여」 외 9편
이만옥, 「꽃샘잎샘」 외 9편
정원숙, 「검은 방의 트라이앵글」 외 10편
지주현, 「동박사랑」 외 10편
최영철, 「토우」 외 9편
황명희, 「돌멩이」외 9편
황춘기, 「그날 밤」 외 15편
현택훈, 「집으로 가는 길」 외 9편
이 중 최종심까지 오른 응모자는 김영수, 서정, 이도희, 황춘기 등 4명이었다. 최종심은 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와 《시인세계》 편집위원인 김종해 시인이 심사를 하였다.
심사평*아쉬운 점들
유 종 호 | 문학평론가
마지막까지 검토된 16명의 응모자들이 모두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많은 수련을 쌓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작품이 고르지 못하고 들쭉날쭉이 심한 데다가 억지스러운 작위성도 더러 보인다. 단단한 기량과 개성적인 언어구사에 근거한 참신하고 도전적인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아 아쉬운 대로 당선작은 내지 않기로 하였다. 김영수의 작품 중에서 「재미없는 자미」 「배차계 정씨」 등은 그 나름의 실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삶의 이모저모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시적 긴장이 모자라고 방만하다는 것이 미흡한 점이라 생각한다.
이도희의 연작들은 많은 수련 과정을 거쳤음을 드러내준다. 언어의 절제도 있고 일상사의 관찰에서 나온 서사 충동도 보인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운 작위성이 간혹 보여서 아쉽다. 옥에 티처럼 끼어 있는 판에 박힌 수사를 대담하게 버려야 할 것이다.
서정의 작품에선 풋풋한 감성이 엿보인다. 말의 절제도 터득하고 있다. 그럼에도 얼마쯤 맥빠지는 비유가 걸림돌이 되어 있다. 재치도 범박하면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황춘기의 작품들은 일관성이 있고 자기 나름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질박質朴한 시골 삶의 정경이 구수한 정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 반근대反近代의 시편들은 균질감이 있는 대신에 박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개선하면 독자적인 개성으로 발전하리라 기대된다. 이상 여러분들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정진 있기를 바란다.
시의 새로운 지형도를 기대한다
김 종 해 | 시인
제3회 《시인세계》 신인작품공모에는 인터넷 온라인 공모가 추가되어 양적으로도 투고작품이 배가되었고, 예심을 보는 품이 더 들었다. 수준 편차도 들쭉날쭉이어서 그쪽에서 결심으로 넘어온 네 사람의 응모자 가운데 서정의 「유리 닦는 사내」(외 9편)가 최종심까지 남았다.
우편과 이메일 등으로 투고해서 예심을 거쳐 넘어온 열두 사람 가운데 선자에게 넘어온 황춘기의 「언제나 봄날 봄바람같이」(외 15편), 김영수의 「배차계 정씨」(외 13편), 이도희의 연작시 「썩는 것에 대하여」(10편) 등 세 사람이 최종심까지 겨루었다. 이 네 사람의 투고자는 모두 기량면에서나 시적 자질 혹은 함량면에서 제 나름대로의 수준을 갖추고 있으나, 시인으로서의 독특한 자기 개성과 목소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시인 한 사람이 더 늘었다'는 개념을 뛰어넘어 '자생력을 갖춘 촉망받는 새로운 시인' 한 사람이 그려낼 우리 시단의 새로운 지형도를 선자들은 염두에 두었다. 이러한 심사기준과 엄정한 잣대 때문에 최종심까지 남은 네 사람의 응모자는 '시인'이 되기 위한 문턱을 마지막에 넘어서지 못했다. '아쉽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농촌시, 전원시의 서정적 가능성을 보인 황춘기의 「언제나 봄날 봄바람같이」, 언어 조형능력이 탁월한 서정의 「유리 닦는 사내」가 특히 아쉽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도희의 연작시 「썩는 것에 대하여」와 김영수의 「배차계 정씨」 등도 당선권에 들 정도의 기량을 갖추고 있으나 함께 투고한 다른 작품과의 편차가 커 선자로서 우려되었다. 아쉽지만, 시인이 되기 위한 가혹한 자기 채찍질과 연마가 더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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