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를 손질하며 외 4편
한 미 영
톱밥을 밀치고
산 꽃게 두 마리 찬물 속에 담근다
대보름날 불 깡통 돌리는 아이처럼
후두두 거칠게 팔다리를 휘둘러댄다
하릴없이 그동안 남의 살을 먹고 산
내 몸 속이 덩달아 크게 흔들거린다
수갑 같은 집게발이 철컥 하고 엄지손가락을

문다 고무장갑 속까지 무섭게 파고든다
누구나 목숨 앞에선 이렇게 악착을 떠는가
들고 있던 묵직한 부엌 가위로 이마를 힘껏
내리친다 그놈은 그제서야 집게발을
스르르 풀더니 얼른 몸을 둥그렇게 만다
툭툭 건드려봐도 웅크린 몸뚱이에 움직임이 없다
단단한 등껍질로 그가 가슴에
감싸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휘둥그레진 까만 눈알 두 개와
딱 마주친 내 눈
죽음을 예감한 그의 눈이 나를 먹는다
그가 완강하게 감싸안았던
으깨져 튀어나온
너무도 투명한 속살
네 속이 오늘 내 무덤 속이다
사는 게 쉬운 일인가
냉장실 귀퉁이 밀가루 반죽 한 덩이
저놈처럼 우리들이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동그란 스텐그릇에 밀가루와 초면의 물을 섞고
내외하듯 등 돌린 두 놈의 살을 오래도록 부비고 주무른다
우툴두툴하던 사지의 관절들이 점차 쫀득쫀득해진다
처음 역하게 나던 생내와 좀체
수그러들지 않던 빳빳한 오기도
하염없는 시간에 팍팍 치대다보면
우리 삶도 나름대로 찰져 가겠지마는
서로 다른 것이 한 그릇 속에서
저처럼 몸 바꾸어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서울, 새봄
새로 살 아파트 외벽은 지어진 년수보다 더 낡았다
빈집에 들어서자말자 제일 먼저
거실 네 구석에 사기접시를 놓고 약쑥을 피운다
타들어가는 약쑥은 벌건 제 눈물처럼
독한 연기들을 퍽퍽 게워 낸다
어디에 숨어 있을까
독한 쑥내는 구석구석 숨죽인
불길한 운세를 몰아내 준다는데
늙으신 어머니 더 낮게 숨죽인 채
무병장수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열심히 비비신다
연기 한 입 베어 문 채 풀기 남은 벽을 기대고 앉아
한평생 저 약쑥처럼 타들어갔을 생을
그 검고 환한 속을 바라본다
아무리 가고 싶어도
함부로 저 속내를 가로지르진 못하리라
서른아홉, 불혹의 문 밖에서 아직
들어가 보지 못한 생의 빈집을 열어본다
후미진 구석이 많을 내 몸 속에
쑥을 피우면 자욱히 잦아들 고통들
매운내 피울 어린 쑥풀 몇이
집 밖 낡은 담벼락 아래
채 뜨지도 못한 눈을 하고서 앉아 있다
빨래를 말리며
아파트 구석과 구석들을
죄다 뒤져서 벗어던진 고단함이나
때 낀 외로움 몇 가지를 모아서
빨래를 하네
언젠가 당신이 슬쩍
벗어 주고 떠난 물빛 꿈 하나
장롱 속에서 한 해 한 해 힘들게 버티던
빛 바랜 그 꿈도 꺼내어
선명하고 더욱 희게 옥시크린
한 컵 탄 물에 얼른 담그네
아득하기만 한 당신의 곰삭은 입 냄새가
가루비누 속에 부글거리고 풀리면
생활의 틈새마다 가뭇가뭇 낀 때까지
싹싹 비벼서 빠네
찬물에 설렁설렁 헹구어
걷어붙인 팔목이 시큰거려도
더는 비틀어 쥐어짤 수 없을 때까지
몇 번이고 쥐어짜네
살껍질 같은 아픔 몇 벌
살 속 같은 외로움 몇 벌
종일 짜랑짜랑한 햇살 한 줄에
널어두었지
눅눅했던 하루가
하루의 피곤과 우울이
감기몸살이 사지를 늘어뜨린 채
뽀송뽀송하게 마르네
말라 가는 빨래 사이로
땟국물 빠진 원래의 마음들이
다시 희게 펴져 빛나네
명태덕장에서
진부령 고갯마루에서 명태덕장을 만났다
중심을 비운 건조대에는
“아빠, 오늘도 무사히”
경구 속 소녀의 모습을 한 명태들이
말라비틀어진 모가지를 허공에 매달고 있다
몸피를 잃어가면서도
고단한 낮은 목숨 쪽으로 몸을 바짝 틀고 있다
나는 그들의 마른 몸 가까이 고개를 숙인다
다른 이름으로 제 몸을 수줍게 하늘 가득
널어 말리고 있는 이 죽음들에게서
차라리 삶의 진한 비린내를 맡는다
내 안의 많은 상념들을 한 두름씩 그곳에 걸어본다
진부령 길은 한없이 아래로 뻗어 있고
다시 내려가는 저 아래 세상에
몇 궤씩 걸린 등짝들을 무심히 지켜보는
저 마른 명태들
당선소감
꿈, 서설이 내렸다
한미영
1964년 경북 안동 출생
안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 샘터현대아파트 108동 1103호
전화가 왔다.
꿈 생각이 났고 서설이 내렸다.
등성이를 힘겹게 올라가 서설이 곱게 덮인 언덕에서
막 무언가를 시작하려다 깨어나 버린, 못내 아쉬운……
설 전날 새벽,
눈이 풀풀 내려 덮이는 자동차에 시동을 켜고 고향을 향해 출발했다.
미처 떠지지 않는 눈에다 와이퍼를 비벼대며
‘세 시간 아니 휴게소 들르는 시간까지 넉넉잡아 네 시간
그래 네 시간만 참는 거야.’
중얼거림이 사람 속에서 땅 위로 뚝뚝 떨어져 나오면서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뒷목덜미에서부터 서서히 통증이 시작되었다.
멈출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인터체인지는 이미 곁을 지나친 뒤였고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 있었다.
9시간을 고속도로 위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고향은 아직 너무 먼 곳에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 참을 수 없는 지루함과 통증을 현자처럼 견디며 길을 가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그 끝에 고향집 같은 시가 기다릴 거라 믿는다.
내 믿음에 커다란 답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내 시와 삶의 굵은 테두리이신 홍신선 선생님께도 머리 숙여 감사 드린다.
이제 시작이다.
제1회 <시인세계> 신인작품 공모 당선시
불임 외 4편
김 금 숙
나는 이제 익어가기로 했네
익어가서 달을 낳아버리기로 했네
비바람 휘몰아치는 어둠
그 자궁 속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꿈을 수천 번 넘게 꾸었네
너무 오래 싸늘히 식은
무른 밥그릇을 품고 있었네
노을 위에다 끓이는 밥의 허망함을 놓아주기로 했네
두 번 다시는 추락하지 않을
피눈물로 범벅된 탯줄을 부여잡고
있는 힘 다해 한 잎 한 잎 익어가네
제문처럼 빳빳하기만 한
내 눈물덩이들도 씨방 속으로 들어가
단단한 한 톨 씨앗으로 여물 준비를 하네
어둠의 탯줄은
거미줄만 어지러운 내 자궁을
한 잎 꽃처럼 세상 밖으로 밀어내네
그래, 고통은 잘 익은 다음에 밀어내는 것이지
꽃잎처럼 밀어내는 것이지
한 여자가 잘 익은 달을 낳고 있네
자갈치시장
새벽 자갈치는 납작하다
납작한 바다
납작한 배
납작한 욕지거리
납작해진 사람들이
납작해져서 부피가 사라진
수평선을 쓰윽 뽑아내어
밤새 잡은
순교자들을 줄줄이 엮어 올린다
꼼짝없이 갇힌
바다들이 수상한 몸짓과 손짓에 의해
소문도 없이
하나 둘 납작해져서 사라진다
얇게 저며진 비린내까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나면
텅 빈 바다는 몸을 뒤척여
잘 익은 태양을 자궁 안으로 밀어 넣고
다시 부풀어오르는 세상 때로
변신이 우리를 견디게 한다
그 숲에 가면
하주배기 어귀 솟대 밑을 지나 그 숲에 가면
십일월의 설핏한 저녁 어스름이 보인다
건장한 사내 혼자서 구덩이를 파고 있는 게 보인다
내일은 마른 잎 하나 꼭 그 자리에 비어 있는 그 자리에 떨어지리라
집달리처럼 불어대는 바람
비듬처럼 떨어지는 백양나무 이파리
허옇게 입술이 부르튼 채 입적한 들풀
사람들이 한바탕 색종이처럼 몰려왔다가 가는 게 보인다
흰색의 국화를 볼모로 묶고 있는 까만 리본
새까만 도둑고양이 한 마리 유유히 지나가고
문득 등을 구부린 비가 꼬르륵 꼬르륵 내리기 시작하는 게 보인다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며
무덤들이 물을 마시기 시작하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
분주하게 눈을 뜨는 게 보인다
오오, 그 오랜 내 정체불명의 목마름이
무장해제를 당한 군인처럼 힘없이 돌아서는 게 보인다
순리대로 살거라 하던 어매도 아배도
한 장의 단풍으로 날아갔음이 이제사 보인다
새 봉분 하나 봉선화 꽃망울처럼 봉긋이 열린 게 보인다
저 순한 젖무덤 속에서
몇백 년 뒤에는 발 고운 한줌의 흙이 나오리라
유두빛깔의
오오 나도 유두빛깔의 흙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겨울 판화
보름달이 홀로 가슴을 드러내며 목이 메일 때
나도 헐벗은 몸을 드러내고 술을 마신다
마실수록 헐벗은 몸은 부풀어올라 동그랗게
보름달이 되어 하늘로 승천을 하고
수억의 보름달이 떠도는 하늘은 너무도
조용하여 아무도 내가 자꾸자꾸 보름달을 만들어
하늘로 쏘아 올리는지 알지 못하고
내 속의 물기란 물기는 모두 하늘에 띄워 놓고
마른풀로 누워 그 떠도는 영혼들을 보누나
십자수
나는 지금 골고다로 간다
한발 한발 징검다리를 딛고 간다
말이 징검다리지
그 절망의 네모칸을 헛디디면
곧바로 상어밥이 되고 말지
그 짓을 왜 하냐고?
재미있으니까 사는 한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
느닷없이 누가 입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내장을 훑어내서 순식간에 곳간이 텅 빈다
이까짓 절망쯤이야 홱 잡아채서
바늘귀에다 꿴다 하얀 네모칸들이
눈을 뜨고 올려다본다
착하기만 한 것은 죄지 분명 죄지
바늘을 희망의 정수리에다 푹 꽂는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젖은 몸 어느 구석인가가 또 한번 더 젖는다
흐린 눈으로 십자수의 길을 내려다본다
길은 십자가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바늘은 내 가슴팍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당선소감
좋은 시로 보답
김금숙
1959년 경북 의성 출생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안동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재학중
경북 의성군 의성읍 상리리 657-3
처음엔 마음이 한정 없이 두근거리다가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나절부터는 막막해지기 시작했지요. 백야 같은 저 막막한 마음의 끝에서 뭔가가 걸어나오겠지 하고 말이지요.
살다 보니 기다리는 데는 남다른 재주를 타고난 건지 뭐 지겹다거나 속이 상한다거나 하는 일은 드문 편이지요.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다락방에서 숨죽이며 살고 있는 나를 불러내서 들여다보기로 했지요. 오랫동안 햇살과 담쌓고 살아와 핏기 없는 얼굴에 마른버짐까지 피어나서 어디 나서기가 민망스럽지요. 게다가 피 토하고 죽은 동백꽃처럼 함박눈 휘날리는 곡조로 어설픈 노래까지 부르고 있으니 막막하던 마음 느닷없이 동백꽃 지듯 고개를 꺾고 입을 다뭅니다.
또다시 막막한 저 흰 겨울벌판이 깔리고 어둠도 이젠 제법 깊어가고 있지요. 눈을 떠도 감아도, 어쩌다 깊은 잠이라도 드는 새벽에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 산다는 것의 막막함을 배경으로 끝도 없이 강 되어 흐르는 눈물이 내 노래이지요.
살아 남기 위해서 깊은 밤 홀로 부르는 내 노래의 여린 손목을 놓지 않고 감히 시의 길을 가겠습니다. 늘 어설픈 세상살이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단짝 친구 성구에게 이 기쁨을 바칩니다.
아직은 모자람 투성이의 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제가 제 자신을 다 바쳐 좋은 시를 쓰겠다는 다짐 외에는 아무 것도 드릴 것이 없으니 이제 정말 이 약속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끄럽지 않은 시로 보답하겠습니다.
심사평
삶의 진실과 삶의 무게
신 경 림 | 시인
김금숙의 시들은 읽기에 편하다. 자연스럽고 무리가 없어서일 터이다. 억지로 시를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그의 솜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가령 「자갈치 시장」이나 「십자수」 같은 시를 보면 그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얼마나 자연스럽고 맛깔스럽게 시를 만드는 솜씨를 가지고 있는가를 잘 말해 준다. 읽기에 따라 내용이 싱겁다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한데 이것도 그의 시의 장점으로 기능한다. 싱거운 것 같은 속에 번득이는 삶의 진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신인들이 항용 저지르기 쉬운 관념을 위한 관념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가 이미 그 단계를 멀리 벗어나 있다는 증좌이리라.
한미영의 시들은 삶의 무게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연륜이 묻어 있는 시들이다. 요즘 신인들의 시가 대체로 손끝 재주에만 매달려 식상하게 하는데, 그의 시는 사뭇 다르다. 손끝으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사물을 보는 시각이 범상하지가 않다. 예컨대 「꽃게를 손질하며」에서 “으깨져 튀어나온/ 너무도 투명한 속살”을 보며 “내 무덤 속”을 연상하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떤 시는 좀더 다듬어졌으면 싶지만, 그 점이 결정적인 흠이 되지 않는 것은 팔팔하게 살아 있는 말들 때문이리라.
편집진 쪽에서는 한 사람을 당선으로 해주기를 원했지만 위 두 사람 가운데 누구도 탈락시키기가 아깝다는 것이 심사위원의 일치된 의견이어서, 두 사람을 모두 당선으로 뽑았다.
예리함과 섬세함
김 종 해 | 시인
예심을 거쳐 최종심에 오른 사람은 열 사람이었다. 이 가운데 끝까지 심사위원의 눈을 붙든 사람은 김경신, 한태희, 김금숙, 한미영이다. 김경신의 「가을날엔 누구나…」는 아름답고 투명한 시이긴 하지만, 다른 투고작품과의 편차가 심해서, 그리고 한태희는 시의 개성적 화법이 독특하지만 관념과 지식을 극복하지 못해서 아깝게 탈락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김금숙과 한미영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의 당선자를 뽑아야 하는 심사내규를 심사위원들은 숙지하고 있었지만, 심사내규에 구애받지 않고 두 사람을 모두 당선자로 뽑는 데 동의했다.
한미영의 시들은 삶의 ‘일상’과 ‘가사’를 대면하는 여성 화자의 시각이 예리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쉽고 평이한 일상의 소재를 경이적인 존재로 재편해 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별것 아닌 「꽃게를 손질하며」 엮어내는 존재의 양극이나, 냉장실의 밀가루 반죽 속에서 빚어내는 삶의 조화가 재미있기까지 하다.
김금숙의 시들은, 시로 말하는 화법이 노련하다. 시 「불임」은 화자가 여성이며, 섬세하고 내밀한 여성의 몸을 통해 잉태와 출산의 새로운 신화를 시로 만들어 보여준다.
“있는 힘 다해 한 잎 한 잎 익어”서 “잘 익은 달을 낳고 있는” 비밀스러운 내적 신화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감성의 민감함이나 섬세함,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기량이 뛰어나다.
두 사람의 신인의 탄생을 저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앞으로 더욱 좋은 시를 써서 좋은 시인으로 정진하기를 바랄 뿐이다.
여성시의 새로운 사실주의
황 현 산 | 문학평론가
기성시단에서도, 신인 등용에서도 여성 시인들의 약진은 괄목할 만하다. 이는 우리의 시가 나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사회에서 가정에서 오랫동안 천역을 맡아왔고, 여러 의미에서 생명과 삶의 관리를 그 몸으로 지탱해 왔다. 이 여성적 사실성이 우리 시에 새로운 사실주의를 열고 있다.
두 당선자, 김금숙과 한미영이 모두 여성이다. 김금숙의 시는 한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간과 세상만물이 맺는 비밀스런 관계를 엿본다. 한미영은 가사의 자잘한 국면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하여 높은 서정의 계기를 창출해낸다. 김금숙의 사색은 진지하고 처연하며, 한미영의 언어는 명암의 대조가 선명하다. 심사위원들은 어느 쪽도 버릴 수 없어, 《시인세계》 편집진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을 모두 당선자로 밀었다.
심사위원들은 한태희와 김경신의 작품에도 주목했다. 한태희의 시는 관념적인데 그 관념들을 운동하는 삶이 아니라 정지된 알레고리로 채우고 있다. 김경신은 언어가 선명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항상 결구가 상투적인 낙관주의로 끝난다.
두 당선자의 고통스럽고도 아름다운 등단을 축하하며, 응모자들의 정진을 빈다. 이제부터 시작이며 또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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