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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梨花 / 조정인

 

 

도처에 금가는 소리 고쳐 베는 봄밤

 

! 지구 살 트는 틈새로 찬 물방울 듣는다

물방울 없다 마른 이마를 문지르며

내려선 마당

나무, 家系 소리 없이 밀리는 미닫이 사이

내보이는 버선발,

낯설도록 흰 저 빛은

전생이 반납한 서랍에서 꺼낸 빛

 

뿌리의 계보,

빙하시대로부터

둥두렷 떠오른 익사체 얼음 서걱 이는 무명옷,

 

저쪽 생이 제 모습 되 쏘여 보여주는 거울 앞에

이화와 마주 선 새벽

나무 아래는

밤 새워 누군가 마음 지피던 온기

 

 

 

 

이화梨花 / 조정인

 

도처에 금가는 소리 고쳐 베는 봄밤

 

뚝! 지구 살 트는 틈새로 찬 물방울 듣는다

물방울 없다 마른 이마를 문지르며

내려선 마당

나무, 한 家系 소리 없이 밀리는 미닫이 사이

내보이는 버선발,

낯설도록 흰 저 빛은

전생이 반납한 서랍에서 꺼낸 빛

 

뿌리의 계보,

빙하시대로부터

둥두렷 떠오른 익사체 얼음 서걱 이는 무명옷,

 

저쪽 생이 제 모습 되 쏘여 보여주는 거울 앞에

이화와 마주 선 새벽

나무 아래는

밤 새워 누군가 마음 지피던 온기

 

 

 

 

옹관을 보며 / 이영수

 

박물관에서 여기저기 깨어진 옹관을 보았다

허리가 잘록한 옹관 속에서 방금 새 한 마리

푸득푸득 알을 깨고 날아간 듯

새알 껍질 같은 흙 부스러기들이 너부러져 있었다

죽은 자의 육신과 함께 살점을 다 삭아 내린 빈 항아리

새처럼 날아가는 영혼의 소리들이

푸득푸득 옹관 속에서 날아올랐다

두 동간 난 허리를 간신히 이승에 잇대어 놓은 독무덤,

저 독 속에 아직도 빈 껍질 같은 몸속을

빠져 나오지 못한 영혼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리저리 금이 간 빗금 간 독무덤에 새겨진

희미한 쥐 한 마리 독 안에 갇힌 것처럼

주름진 무늬 사이에서 안쓰럽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독 안에 갇힌 내 길 하나도

내 몸에서 날개 짓을 하는지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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