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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원역 / 최 윤

 

태백을 넘어온 소식들이

쿨럭이며 해발 700여 미터의 고지를 오른다

눈(雪)처럼 소복해진 눈두덩을 비비며

꿈많은 이들의 고단함을 실어나르던 완행열차

충혈된 쇳소리 길게 울리며

숨가쁘게 올라온 산맥의 장대한 등뼈가 꿈틀거리고

차창 눈시린 계곡마다 성에꽃이 피고 진다

잠시 숨을 고르는지 둔탁한 앞발을 모으고 섰는 태백선

산굽이를 밀어내고 깊은 토혈을 뱉어내느라

기적소리 허기진 칭얼거림이 낮게 휘어진다

늙은 역무원이 고원에 서서 깃발을 흔든다

아득한 시공을 견디며 흩날리는

저 오래된 한 점 노숙의 별, 별들

그가 늙어가는 동안

검은 탄광은 잊혀진 풍경이 되었고

이제 누구도 막장인생을 말하지 않는다

뼈 아픈 시간들이 소복소복 쌓여있는 역사를 뒤로 한 채

잠시 정차했던 추억과 사연들

푸른 불빛을 삐걱이며 어디로 저어가는가

폭설이 내리고

자미원은 또 혼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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