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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음 날 나는 다시 그 노인을 찾아갔다. 그는 무학산 중턱에 조그만 암자에 살면서 수도만으로 평생을 살아온 구도자였다. 보통 사람들은 그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첫인상 때문에 거지로 치부하기 일쑤이지만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그를 접하면 크고 창대한 도의 경지를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없이 보여 주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난 30년 동안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 선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내가 첫 방문객인 셈이다.

 

"그래 어떻게 하기로 하였느냐?"

".....비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겠습니다."

"...."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후회는 없겠느냐?"

".....네, 그렇습니다."

나는 다소 자신이 없는 말투로 그렇게 답하였다.

"세상 사람들에게 비기를 전할 방법은 강구해 보았느냐?"

"그건...아직....."

"그것이 앞으로 네가 살면서 풀어야 할 숙제이니라. 하산하거라."

"네."

 

  노인에게 인사를 마친 후 산을 내려오면서 다시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오기 시작하였다. 내가 그 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것이 진정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운명이란 말인가!' 나는 체념반 확신반으로 올라갔던 그 길을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도대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아무런 단서도 없이 중대한 사건을 맡은 형사처럼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자욱한 안개에 내 시야는 가려져 있었다. 차라리 그때 노인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만났어도 호기심이 발동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 놈의 호기심 때문에 내 인생이 자꾸만 꼬여가고 있는 것 같다.

 

 

3

 

  호기심..... 

  이것은 분명 모든 인류를 궁지로 몰아간 장본인임에 틀림없다. 인류 최초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가 처음으로 선악과를 사이좋게 나눠먹는 죄를 짓고, 그 댓가로 자신을 포함한 후손들이  종신토록 땀을 흘리며 먹을 것을 구하고 아이를 잉태하는 고통을  받아야만 했던 것도 호기심 때문이고  인류 최초의 여성인 판도라가 헤라클리이 토스가 만들어 준 상자를 열어 온갖 죄악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고 감짝 놀라 상자를 닫았을 때 그 속에 희망이 갇혀 버린 것도 결국 호기심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한 때는 여자들을 많이 원망하며 살아가기도 하였다. 철없던 사춘기 시절 세상이 왜 이리도 고달프고 살기 힘든가를 놓고 고민하던 끝에 그 책임을 모두 여자에게로 전가시킴으로써 삶의 위안을 삼았던 것이다. 아담을 유혹하여 선악과를 먹게 만든 하와도 여자요, 온갖 죄악들을 세상 밖으로 뛰쳐 나오게 만든 장본인인 판도라도 여자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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