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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은 항구도시이다.
뒤로는 무학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져 있고, 앞으로는 남해의 잔잔한 바닷물결이 흐르는 전형적인 항구도시이다. 풍수지리적으로 말한다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국 形局 을 지닌 대표적인 도시가 될 터인데 약간구릉진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까? 여하튼 나는 이곳 마산에서만 줄곧 살았다.
IMF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가깝게는 창원이나 멀리는 서울까지 직장을 찾아 떠났지만 나는 군복무를 위해 전라도와 경기도에 약 5년 남짓 거주한 것 이외에 단 한번도 이곳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리하여 내가 태어날 무렵 전국 8대 도시 중의 하나로 그 명성을 자랑할 때나 농촌에서 흔히 일어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까지도 마산은 늘 나와 함께 동고동락 同苦同樂 을 같이 한 장소이다.
그러기를 30년.
나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 선택은 개인적으로 기쁨과 슬픔, 쾌락과 고통,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선과 악, 미와 추 등 이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 고민에 빠져있는 것과 유사하다. 모세에 의해 이끌려 나온 애굽사람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서는 출입문을 두드리는냐 아니면 화염광 양쪽으로 저승사자가 두 팔짱을 낀 채 싸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지옥문을 두드리느냐는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나게 될 것이다.
야심한 깊은 밤
시계소리 째깍째깍 들리는 고요한 방 안에서 긴 한숨소리, 짧은 신음소리를 번갈아 가며 자꾸만 이불을 뒤척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일 아침이면 나는 이 중대한 결정에 대한 나의 입장을 누군가에게 통보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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