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외롭다1 / 김승희
남들은 절망이 외롭다고 말하지만
나는 희망이 더 외로운 것 같아,
절망은 중력의 평안이라고 할까,
돼지가 삼겹살이 될 때까지
힘을 다 빼고, 그냥 피 웅덩이 속으로 가라앉으면 되는 걸 뭐.......
그래도 머리는 연분홍으로 웃고 있잖아, 절망엔
그런 비애의 따스함이 있네
희망은 때로 응급처치를 해주기도 하지만
희망의 응급처치를 싫어하는 인간도 때로 있을 수 있네,
아마 그럴 수 있네,
절망이 더 위안이 된다고 하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찬란한 햇빛 한 줄기를 따라
약을 구하러 멀리서 왔는데
약이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믿을 정도로
당신은 이제 병이 깊었나,
희망의 토템 폴인 선인장......
사전에서 모든 단어가 다 날아가 버린 그 밤에도
나란히 신발을 벗어놓고 의자 앞에 조용히 서 있는
파란 번개 같은 그 순간에도
또 희망이란 말은 간신히 남아
그 희망이란 말 때문에 다 놓아버리지도 못한다,
희망이란 말이 세계의 폐허가 완성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왜 폐허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느냐고
가슴을 두드리기도 하면서
오히려 그 희망 때문에
무섭도록 더 외로운 순간들이 있다
희망의 토템 폴인 선인장......
피가 철철 흐르도록 아직, 더, 벅차게 사랑하라는 명령인데
도망치고 싶고 그만두고 싶어도
이유 없이 나누어주는 저 찬란한 햇빛, 아까워
물에 피가 번지듯.....
희망과 나,
희망은 종신형이다
희망이 외롭다
시(詩) 전문 계간지 ‘미네르바’가 운영하는 제4회 질마재문학상 수상자로 김승희(61·왼쪽) 시인이 선정됐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태양 미사’ ‘달걀 속의 생(生)’ ‘희망이 외롭다’ 등 시집을 펴내고 현재 서강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상식은 6월 1일 오후 5시 함춘회관에서 열린다.
역시 ‘미네르바’가 운영하는 제6회 미네르바작품상 수상의 영예는 권덕하(56·오른쪽) 시인에게 돌아갔다. 시인은 2002년 ‘작가마당’, 2006년 ‘시안’을 거쳐 등단한 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시상식은 질마재문학상 시상식과 나란히 6월 1일 오후 5시 함춘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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