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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서 / 홍일표

 

 

내 몸에 들어가 있는 밤이 빠지지 않는다 나는 어제의 바람과 어제의 공기에 익숙하여 두 번의 커피를 마시고 49년 전 죽은 한 여자를 만난다 그가 햇빛의 방향을 북쪽으로 돌려놓는 순간 한숨처럼 식어가는 햇빛이 내 등에 꽂힌다

 

8시간 전 저녁을 열고 들어간 포도알, 나는 기침을 하면서 당신의 눈알을 뱉어낸다 등에 꽂힌 햇빛이 유일한 국적이다 나는 국외자의 비자를 가지고 단순한 미래를 통과한다 사과의 심장이 연쇄적으로 폭발하고 사과꽃은 누군가 찢어놓고 간 벤치 위 흰 적막이다

 

여기 없는 당신을 처형하고 나를 처형한다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지금은 아직 눈이 검은 어제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없던 몇 개의 근심과 고독이 외래 식물처럼 혀끝에서 개화한다 나는 밤의 혀를 만질 수 없다 농락은 역사의 특권이다

 

어제의 입술이 나를 증명하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여기에 없고 죽음의 손끝으로 붉은 하늘을 벗겨보면 울음 가득한 당신의 심장이다 밤이 올챙이 같은 햇살들을 쏟아놓는 순간 나는 비에 젖지 않는 빗방울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밀서

 

nefing.com

 

 

8회 지리산문학제가 오는 1012일 함양관내 상림공원의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을 가질 제8회 지리산문학상에는 홍일표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수상작으로 홍일표 시인의 밀서4편이 최종 확정되었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명실상부 문학상으로서 높은 품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년에도 지리산문학제는 계간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게 되었고 전국적인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도약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리산문학상의 새로운 도약에 걸맞는 수상자 선정을 위해 문정희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랜 격론 끝에 홍일표 시인이 제8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시인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홍일표 시인의 빛나는 이미지와 이미지들의 충돌에서 드러나는 의미의 섬광과 의미들 너머에 숨 쉬고 있는 사유의 크기는 우리 시가 다다른 한 정점이다. 이 정점이 바로 지리산문학상의 높이일 것이다.”라고 했다.

 

심사는 문정희 시인 외에 이숭원 문학평론가, 권혁웅 시인 겸 문학평론가가 맡았으며 각 시인의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제를 그동안 주관해 온 지리산문학회는 전국에서 드물게 올해로 35년을 맞고 있는 문학회로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해 왔으며 김륭,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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