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오래된 집 / 윤승범
동학난도 대동여지도도, 그런 것들도 지나쳐 간 집
습기없는 이엉에는 이제 구렁이도 참새 떼도 들지 않는다.
삭고 삭아 저절로 부서져 내리는 흙담
돌아서면 키 낮춘 뒷간, 항아리 엎어 놓은 굴뚝
허리 굽히고 살았던 작은 방 두칸
양철 깡통을 주워 만든 화로
말라붙은 담쟁이 넝쿨 밑에
피골이 상접한 노파가 오래된 풍경으로 어울려 있다
보이는 것 없는 눈에 진물이 흘러 다섯걸음만 걸어도
숨을 헐떡거리는 할멈 물기 한 방울 없어 오뉴월 땡볕을
잘도 견뎠다 싶은, 그래서 훅 불면 할멈이나 옹기 모두 묻혀 흙이 될 그런, 한내 북쪽 작은 집 한 채
시성 정지용 선생의 뒤를 잇는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제2회 지용신인문학상에 윤승범(32증평 형석고 교사)씨가 당선됐다. 지난 18일 관성회관에서 개최된 제9회 지용제 본행사에 참석해 수상작인 ‘퍽 오래된 집’을 낭송한 윤승범 씨를 만나 보았다.
▲ 옥천에 대한 첫인상은?
△시 소재를 찾기 위해 옥천을 많이 방문했었다.
특히 옥천장터를 많이 둘러보았는데 옥천에 대한 첫 인상은 한마디로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수상소감 및 수상작에 대해 소개한다면?
△ 실력이 부족해 등단 시기를 넉넉히 잡고 있었는데 당선이 되어 기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섕각을 했다.
이번에 당선된 ‘퍽 오래된 집’은 오래된 집을 통해 우리 민족의 삶 및 억눌린 역사 등을 담았으며 ‘국밥’은 역사가 묻혀있는 곳인 장을 무대로 소외된 서민층의 삶을 표현했다.
▲ 정지용 시인에 대한 생각은?
△ 정지용 시인은 우리나라 시단의 새로운 장을 연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더니즘 시인이지만 여러 장르의 시를 섭렵한 분이라는 생각이다.
고교 시절부터 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윤씨는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 운천리가 고향이며 동국대 국어 교육과를 졸업했다.
현재 증평 형석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윤씨는 학생들에게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만큼은 꼭 외우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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