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 김남조
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그대는 속물 중의 속물이니
그쯤이 정답일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올해 제29회 정지용 문학상에는 김남조(90) 시인이 선정돼 화제다. 17일 문학상을 주관하는 지용회는 김남조 시인의 ‘시계’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12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제30회 지용제 행사와 함께 이루어졌다.
심사를 맡은 김재홍 경희대 명예교수는 해당 작품에 대해 “원로시인의 인생과 생명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고뇌를 잘 형상화했다”고 밝혔다.
김남조 시인은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수’, ‘잔상’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발간하면서 시 인생을 살아 온 바 있다.
1992년 제33회 3·1문화상, 1996년 제41회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부문 예술원상, 2007년 제11회 만해대상 문학부문상 등을 받았고,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과 1998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한편 정지용 문학상은 시인 정지용의 문학적 성과와 문학사적 위치를 기리기 위해 1989년 시와 시학사에서 제정한 문학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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