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 / 최승학
여자는 장미 빛이다
여자는
청보리밭에서 꺼내온 공기 같이 피어
어머니로 지는 꽃
가장 작은 하늘 섬기면서
가늘게 이는 물무늬처럼 숨어서 웃음 지어 보이며
들꽃 같이 엷어지는 여자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가슴 덥히는 믿음 아름다이 꾸리는
그 은은한 꽃향기 어머니
가슴 깊이 새겨져 끝없이 절을 올리고 싶은 이름이다
바람 잘 드는 터 차분차분 다지어
한 방울의 물
한 줌의 공기
한 덩어리 흙으로
꿈을 반죽하는 여자
내 몫이라곤 한 쪽 가져본 적 없는 꽃
고운 모습 새삼 그리워지는 이름 어머니!
우주의 어느 별에서 섭리 마련하고 있을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
논귀 밭귀 돌보느라 까맣게 갈라진 뒤꿈치
부뚜막 매흙질에 구정물 얼룩진 행주치마
절구질 키질 맷돌질에 지문 지워진 굳은살 손마디
밤새 베틀 지키면서 더욱 꼿꼿하게 빛나던 눈빛이
눈엔 듯 가슴엔 듯
꿈인 듯 생시인 듯
소리 낮추며 저려온다 날이 갈수록 두근두근 헤집는다
니 맘 다 안다
니 속 다 안다
천둥 번개 거센 파도 잠재우는 따사로움이
하염없이 쓰다듬어 내림하신
흰머리가 되어서야
이 땅이 번성하여 충만함이
저절로 차고 넘치는 것 아니며
한 삶이 한 삶으로 옮겨가는 핏속에 녹아
언제나처럼 흐르고 흐른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들릴 듯 말 듯 한 귓속말
꿀을 주기 위해 벌을 찾아 피는 꽃처럼
어머니라는 이름이 뭉클뭉클 피어난다.
[우수상] 어머니의 뒷모습 / 김부조
어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어머니의 뒷 모습은
치열한 삶 속에
은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보려 한 적이 없다
어머니 뒷모습은
고단한 삶의
일기장이었기 때문이다
치열했던 삶도
고단했던 삶도
두터운 위장막이 걷히고
어머니는 숨죽이며
줄어든 뒷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억울한 뒷모습은
빛바랜 세월의 몫이기 때문이다.
강릉출신 최승학 시인의 작품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가 제3회 백교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효친사상을 담은 문학작품을 공모해 수필과 시 등 2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고 있는 백교문학회(회장 권혁승)가 21일 대상 등의 입상작을 발표했다.
최우수상에는 이정경(대구) 수필가의 ‘고장난 제트기’가 선정됐으며, 우수상에는 김부조(서울) 시인의 ‘어머니의 뒷모습’, 오마리(Marie Oh, 캐나다) 작가의 수필 ‘어머니의 삶’이 뽑히는 등 모두 4개의 수상작이 가려졌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6일 오후 2시 강릉시 경포핸다리 마을 사모정(思母亭) 공원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또 이날 시상식과 함께 조 순(학술원회원) 전 경제부총리와 김후란(예술원 회원) 시인이 쓴 사친시 현판식도 갖는다.
백교문학회가 주최하고 강원도민일보사와 계간 문파문학이 후원하는 올 백교문학상에는 전국과 해외 거주 작가들의 작품 100여 편이 응모됐으며 예심과 본심을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 올해 심사는 심사위원장인 김후란(78) 원로시인과 권혁승 지연희 심사위원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문학적 감성으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담아낸 작품들이 많이 응모됐다”며 “문학상의 취지인 효친사상을 문학정신에 깊이 깔고 있는 입상자 4명의 작품을 장르별로 심도있게 심사해 수상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승학 시인은 “6·25 전쟁 이후 어린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머니가 행상을 다니시던 백교다리를 생각하며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려는 의미를 작품에 담았다”며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시인은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지난 1997년 월간 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 ‘허튼소리’와 ‘대관령의 달빛 개망초’, ‘바람 그리고 목소리’, ‘해바라기 그린 해바라기’ 등을 출간했으며 삼척 장호중학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권혁승 회장은 “백교문학상은 부모에 대한 효가 무엇인가를 후손들에게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문학상”이라며 “사친(思親) 문학 정신의 백교문학상이 해마다 효친사상과 애향심 충실한 작품 공모로 효사상이 세계적인 사상으로 전승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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