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한 장의 햇살 / 최석균
유리창 한 장으로 들어온 햇살이 바닥에 앉았다. 환한 자리에 발을 담가본다. 손을 적셔본다. 따뜻하다. 오래 보고 있으니 조금씩 기운다. 네게로 향하는 정직한 마음처럼 옮겨 간다. 지금껏 네 주변으로 다가간 몸의 열기 마음의 빛, 그렇게 살아있다. 네모거나 둥글거나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너 아닌 존재의 그늘에 떠오른 눈빛 하나, 너 아닌 존재의 그늘까지 쓰다듬는 심장 하나, 안 보이던 것이 선명할 때는 모든 길이 너를 향해 열린다.
제16회 김달진창원문학상에 최석균(57·사진) 시인의 시집 <유리창 한 장의 햇살>(천년의 시작, 2019년 8월)이 선정됐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김달진문학상과 달리 김달진창원문학상은 경남에서 태어나 타지에서 활동하거나, 현재 경남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최근 2년 이내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에게는 창원시 후원으로 상금 1000만 원을 준다.
합천에서 태어난 최 시인은 2004년 문학 계간지 <시사사>로 등단했다. 현재 창원경일고에서 국어교사를 하며 창원문협 이사를 맡고 있다.
<유리창 한 장의 햇살>은 <배롱나무 근처>(문학의 전당, 2008년 10월), <수담(手談)>(황금알, 2012년 10월)에 이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일상 속 풍경들을 세심하게 담아낸 시가 많다. 우리에게는 무심한 사물들이겠지만, 시인에게는 그 사물 하나하나가 저마다 온 생을 바쳐 다가오는 것들이다.
수상소감에서 최 시인은 스스로 시집에 대한 혹평을 쏟아낸다. 겸손하면서도 냉정한 결의가 엿보인다.
"창원이라는 지역 이야기를 엮어서 팍팍한 일상에 온기를 불어넣고자 나름의 뜻을 세우긴 했지만 결국 상투성과 평범함의 테두리를 벗지 못했음을 자인해야만 했습니다. (중략) 기쁨에 앞서 매서운 채찍이 등을 때리는 듯했습니다. 묵직한 과제를 가슴에 안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문학상 심사를 맡은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 관장), 신덕룡 시인(문학평론가·광주대 명예교수), 김문주 시인(문학평론가·영남대 교수)이 본 것은 시인이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라기보다는 그의 앞에 놓인 길이다. 지금보다 훨씬 좋은 시를 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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