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 심보선
나는 우연히 삶을 방문했다
죽으면 나는 개의 형제로 돌아갈 것이다
영혼도 양심도 없이
짓기를 멈추고 딱딱하게 굳은 네발짐승의 곁으로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
인간 형제들과 함께 있다
기분좋은 일은
수천수만 개의 따뜻한 맨발들로 이루어진
삶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을 때에
나의 눈동자에 쿵쿵쿵
혈색 선명한 발자국들이 찍힌다는 사실
나는 왔다
태어나기 전부터 들려온
기침 소리와 기타 소리를 따라
환한 오후에 심장을 별처럼 달고 다닌다는
인간에게로,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질문을 던져보자
두 개의 심장을 최단거리로 잇는 것은?
직선? 아니다!
인간과 인간은 도리없이
도리없이 끌어안는다
사랑의 수학은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우주에서 배꼽으로 옮겨온다
한 가슴에 두 개의 심장을 잉태한다
두 개의 별로 광활한 별자리를 짓는다
신은 얼마나 많은 도형들을 이어 붙여
인간의 영혼을 만들었던지!
그리하여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인간이기 위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무無에서 무無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이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위하여
제11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nefing.com
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경기도 화성시가 후원하는 제11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심보선(41)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금 여기’ 등 5편이다.
노작문학상은 동인지 ‘백조(白潮)’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풍을 주도한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끈 노작(露雀) 홍사용(1900~1947)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심 시인은 사유의 전개가 개성적이며 선명한 이미지, 신선한 언어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금은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12월 8일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노작근린공원 내에 있는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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