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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조흥준 <심리테스트> 외 1편 

 

[우수상]  송지아 <ㅁ> 외 1편 

 

 

 

 

 

투데이신문 직장인신춘문예 당선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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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패기냐 관록이냐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많은 심사가 그렇듯이 투고된 작품 수에 비하면 눈여겨봐야 할 작품의 수가 그리 많지 않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 편 읽어가다가 절로 작품을 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탁자 밑으로 내려놓는 작품보다 탁자 위에 두고 다시 꼼꼼히 읽고 판단해야 할 작품이 자꾸 늘어갔다.

 

두 심사자가 각각 10명을 선에 올려 서로 돌려보고 그 중에 4편을 집중 논의하게 됐다. <우지서원에서>는 한국 역사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바탕으로 한 고전적 어투가 생생했다. 그 대신 그것이 지금이라는 시대 상황이나 일상을 담아내는 그릇으로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염려가 컸다. <대화의 방>은 반대로 현실을 읽어내는 어법이 분명했다. 다만 그 어법에 적용된 패턴이 너무 쉽게 드러난다는 점이 아쉬웠다.

 

결국 두 편이 남았다. <ㅁ> 외 4편을 투고한 송지아씨는 한글 자음을 제목으로 내세운 데서도 느껴지듯 이미 오래도록 다양한 언어 훈련을 해온 것으로 짐작됐다. 이미지를 만들고 그중의 특별한 것을 상징화하는 능력이 각별했다. 이에 비해 <심리테스트> 외 2편을 투고한 조흥준씨는 대기업의 취업과정에서 쓰이는 ‘기업 인적성 및 직무적성검사용 테스트지’를 시의 전면에 내세울 만큼 패기를 숨기지 않았다. 기성에 도전하는 패기는 많은 경우 치기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데 이 경우는 색달랐다. 독자를 ‘테스트지’의 ‘시적으로 보이는 언어들’에 젖어들게 하고는 결국은 그것이 감춰진 기성의 폭력성을 느끼게 하는 전 과정을 끈기 있게 버텨냈다.

 

관록(송지아)이냐 패기(조흥준)냐, 둘 사이에서 기성의 언어를 전복시키는 힘을 더욱 맹렬하게 키워나가라는 뜻에서 패기 쪽 손을 들었으니 전자가 우수상을, 후자가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축하하고, 함께 한국 시단을 가꾸어 보자고 손 내밀어 본다. 당선작은 (사)한국사보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네트워크지 3월호에 게재된다.

 

- 심사위원 : 박덕규, 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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