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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들 / 정한용

 

 

저 불빛들, 소리 없이 밤새우고 햇살이 되는 소리들. 무한 반복으로 자본주의를 두드리는 소리들, 춤들, 광기와 죽

음의 노래들, 잊을 수 없는, 그러나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 사라져 가는 기록들,.

 

 

제발 살려 주세요,

달라는 대로 다 줄게요.

우리 집 부자예요.

울 아빠한테, 씨팔, 전화해 보세요.

 왜 때렷, ······요.

 

사건 개요: 공기총을 맞고 죽은 시체를 유기한 것으로 진술했으나, 시체 부검 결과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

난 10월 24일 새벽 4시쯤 중부 고속도로에서 200미터 들어간 산 중턱에서 현장 검증이 이루어졌는데,

 

혼불 같은 이상한 현상이 내리 일주일 동안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여

경찰이 신고를 받고 조사해 본 결과

세기말에 출현한 불온한 영혼들이 새 천 년 시작되고 벌써 여러 해

아직 길을 잃고 돌아가지 못해

오늘 조간신문 특집기사로 읽는다.

 

유령들에게 모든 틈은 숨어 있기 좋은 방

지난 세기의 ‘이즘“들이 찌꺼기로 쌓이고 부풀어 익어간다는

물질적인 증거이다.

틈은 부푼 빵처럼 유령의 집이 되어

굶주리다 허기-환각에 반지하 방에 불을 질러 버린 도시인의

지워진 발자국이거나

 

살려 주세요.

내일모레면 결혼하려고 날짜 밥아 놨어요.

이 개새꺄,

넌 나 같은 딸도 없니, 동생도 없니, 처자식도 없니, 새끼야

확 싸질러 버려.

 

 

 

유령들

 

nefing.com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제14회 천상병 시 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정한용(54)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유령들'(민음사)이다.

 심사위원회는 "난징 대학살, 아우슈비츠, 이라크 전쟁, 5·18 광주, 9·11 테러, 아프간 전쟁, 아프리카 종족분쟁을 시의 언어로 표현한 정한용의 시는 희생자와 유령들의 존재를 강력히 환기시킨다"며 "고통과 분노의 정치학을 넘어서는 시적 사유의 최전선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제9회 천상병 예술제' 기간인 4월28일 오후 2시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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