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 전동균
매지리 산밭에
살얼음이 와 반짝입니다
첫눈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고욤나무의 고욤들은 떨어지고
살아있는 것들은 더 깊어진 침묵 속으로 걸어갑니다
일을 끝낸 뒤
저마다의 겨울을 품고
흩어졌다 모였다 다시 흩어지는 연기들
자꾸만 모습이 달라지는
사람의 집들
빈손이어서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군요
보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왔으니
이렇게 마른 입술로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당신을 불러도 괜찮겠습니까?
동의대(총장 공순진) 한국어문학과 전동균 교수가 제19회 노작(露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창비, 2019)다.
노작문학상은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쓴 시인으로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건너며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고,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 노작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 제정되었다. 화성시와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주최하며,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관한다. 상금은 2,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26일,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노작문학제와 함께 진행된다.
정희성 시인(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최두석 시인(한신대 교수), 안도현 시인(단국대 교수)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시집의 표제처럼 시인이 부재 속의 존재, 보이지 않는 것 속의 보이는 것, 그리고 소란 속의 침묵이라는 명제를 시종일관 진지하게 탐색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하면서, "전동균은 이번 시집에서 너무나 쉽게 읽히는 전통적인 서정시의 문법에 작정하고 균열을 내려든다. 대지의 숨결과 삶의 구체성으로부터 이탈하는 시들이 늘어나는 때이기에 전동균의 서정은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시집의 어디를 넘겨도 미숙하거나 결기가 느슨한 시가 없다"라고 호평했다.
전동균 교수는 1962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지난 2008년 3월부터 동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으로 '오래 비어 있는 길',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거룩한 허기', '우리처럼 낯선' 등이 있다. 백석문학상, 윤동주서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전 교수는 "처음 시를 만났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보다 깊고 넓은 시의 세계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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