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봉평 장날/ 이영춘

 

 

올챙이국수를 파는 노점상에 쭈그리고 앉아

후루룩 후루룩 올챙이국수를

자시고 있는 노모를 본다

정지깐* 세간사 뒤로 하고

한 세기를 건너와 앉은

푸른 등걸의 배후,

저문 산그림자 결무늬로

국수올들이 꿈틀꿈틀

노모의 깊은 주름살로 겹치는

허공,

붉은 한 점 허공의 무게가

깊은 허기로 내려앉는

한낮.  

 

 

 

 

봉평 장날

 

nefing.com

 

 

 

[심사평] 삶의 진실에 닿아있는 시적 진술

 

본심에 올려진 여덟 권의 시집 중 봉평 장날을 뽑았다. 나머지 일곱 분의 시집들이 수상작으로 미흡해서가 아니다. 수상작으로 뽑아도 될 만큼 좋은 시집과 패기 있는 시집들 가운데에서 선자들이 주목한 것은봉평 장날에 실린 시들이 보여주는 평이한 표현과 소박한 감정들이 친근하고 신산한 삶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들어내고 있다는 그 구체성이 여타의 시집들과 변별성을 보여주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 이영춘의 시는 흘러간 아날로그 시대의 턴테이블에 바늘과 레코드판을 다시 올려놓는 것과 같은 시적 감흥과 스잔한 감동을 준다.

 

화려한 수사력과 세련된 언어 구사의 시들이 체험된 삶을 모태로 형상화되지 않는다면 시적 공감의 약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이영춘의봉평 장날연작시를 읽어보면 여전히 유효하다.

 

알다시피 시인은 그가 태어난 강원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시인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고향인봉평에 대해 연작시를 써왔다고 밝히고 있다.

 

봉평은 올갱이 국수를 길가에서 쭈구리고 앉아 허기를 달래는 노모가 있던 곳이고, 누런 달력 뒷장에 더 이상 살 길이 없다고 유서를 쓰고 떠난 그의 이웃들이 살던 곳이면서, 지금은 밥장사하는 여 제자가 냉수 한 사발에 보리개떡 담긴 소반을 받쳐 들고 문지방을 넘다 넘어지는 휘는 곳이다. 시인은 이렇게 표현했다.‘아프다 이 불황의 팔다리가

 

이영춘의봉평 장날은 삶의 진실에 닿아있는 시적 진술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삶의 실질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경직화된 농촌 소재시에 하나의 반성적 징표가 된다. 축하한다.

 

심사위원 조정권, 허영자

 

 

 

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

 

nefing.com

 

 

해남군이 주최 및 지원, 고산문학 축전운영위원회(위원장 오세영)와 계간열린시학에서 주관한 "12회 고산문학대상" 수상자에 시조부분 이상범 시인, 시 부분 이영춘 시인이 선정됐다.

 

시조부분 수상시집은 이상범 시인의풀꽃 詩經’(동학사, 2011)이다. 시부분의 수상시집은 이영춘 시인의봉평장날’(서정시학, 2011)이다.

 

고산문학축전위원회는 오는 1020일 고산문학축전 행사와 함께 고산문학대상에 선정된 두 문인에게 각각 시상금 1천만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고산문학대상자 선정은 심사위원 및 선고위원으로 방민호(서울대 교수)ㆍ이재복(한양대 교수) 황인원(중앙대)ㆍ정수자(아주대) 시조시인이 지난 6월과 7월 두 달 동안 20116월부터 금년 6월까지 출간된 시집과 시조집을 대상으로 선고를 진행했다.

 

본심 심사는 김제현(현대시조포럼회장, 가람기념사업회회장) 시인, 박시교 시인, 허영자 시인, 조정권 시인이 수고했다.

 

김제현 심사위원과 허영자 시인은 선정된 두 작품에 대해새로운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시조쓰기, 정결한 자연과 소박한 인정의 숨결을 담고 있는 건강하고 질박한 시라 고 심사평을 전하며, 현대시조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 주기를 바랬다.

 

한편 고산문학 축전운영위원회(위원장 오세영)와 계간열린시학에서 수여하는 고산문학대상은 지난 2001년 제정 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고산문학대상은 8회까지는 학술과 시조 작품 1인에 대해 시상해왔다. 9회부터는 시와 시조 시인을 각각 선정하고 있다. 수상자들의 작품은 계간열린시학에 특집 게재하는 등 한국 시가문학을 대표하는 상으로 그 위상을 격상시켜오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