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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을 점 찍다 / 홍신선 

 

 

 사창굴이 따로 있는가 아파트 단지 뒷길 화단에

 때 늦은 쪽방만 한 매화들 몸 활짝 열었다

 무슨 내통이라도 하는지 앵벌이 한 마리 절뚝절뚝 한쪽 발 끌며

 꽃에서 꽃으로 방에서 방으로 점, 점, 점 찍듯 들렀다 날아간다

 날아가다 또 들른다

 무저갱 같은 꽃들의 보지 속에서

 반출 금지된 자손이라도 비사입하는가

 눈먼 거북이가 바다에 떠도는 널빤지 구멍 속으로

 모가지 한 번 내미는 것이

 목숨 점지되는 인연이라는데*

 쪽방촌 성폭행범처럼 점점점 씨를 묻으며 드나드는 저 앵벌이 선택은

 인연인가 우연인가

 매화들 뭇 가지에서 가건물처럼 철거된 빈 꽃자리

 곧 거북이 모가지만 한 열매들 불쑥불쑥 내솟고

 그즈음 앵벌이는 또 사창굴 여느 꽃의 곪아 터진몸 찾아다니며

 가장자리 나달나달 핀 종이쪽지 구걸 사연이라도 돌리는가

 이 꽃의 음호(陰戶) 속에 저 꽃의 치골 위에

 점, 점, 점 우연을 점 찍는가

 

  * 『잡아함경』'맹구설화' 중에서

 

 

 

 

우연을 점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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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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