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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막 / 유강희

 

 

나팔꽃 작은 손이 빗방울을 털며

무어라고 고시랑거리는 저녁 무렵

나는 오리 울음소리 들으러 오리막 간다

우편함엔 편지 대신 빗방울이 뛰어든다

담장 위의 박꽃은 투덜투덜 저녁밥이 늦었다

모기장처럼 푸른 그물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나는 오리들의 꽉꽉거리는 울음소리를 듣는다

오리막 안에는 닭 몇 마리가 눈치 보듯 섞여 있다

모이 그릇과 물통이 여기저기 함부로 널려 있다

오리들이 뒤뚱뒤뚱 뙤똥뙤똥 이리저리

마치 몰이를 당하는 물고기떼처럼 분주하다

예전의 고향 시골 도랑에서 오리들은 자랐었다

오리들은 노란 주둥이를 물 속에 넣고 먹이를 찾았다

잠깐 햇볕에 나와 깃을 고르거나 낮잠을 잤다

우리들은 오리들이 돌아간 도랑에서 오리알을 줍거나

미처 집을 찾지 못한 오리를 집까지 안고 갔다

오리 울음소리 오리 울음소리 도랑물 거슬러오르는 소리

나도 네 오리발 하나 빌려 신고 버드나무 방죽을 찾아

해 지는 줄도 무르고 물 속을 뒤지며 쏘다녀보고 싶다

그 물 속에는 마을이 있고 절룩발이 할아버지가 있다.

 

 

 

 

오리막

 

nefing.com

 

 

더 많은 젊은 문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쳐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상을 받게 돼 기쁘기도 하지만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더욱 열심히 지역문단을 위해 노력하라는 선배 문인들의 마음이 담긴 상으로 여기겠습니다.”

 

()전북작가회의(회장 임명진)가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1회 불꽃문학상에 시인 유강희(38)씨가 선정됐다.

 

불꽃문학상선운산 복분자주 흥진의 후원을 받아 전북작가회의 회원 중 문학적 활동이 활발하고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확고하게 자리 잡아가는 작가를 올해부터 매년 선정해 격려할 예정. 상의 이름처럼 어둠과 혹한 속에서 빛을 발하는 불꽃처럼 뜨거운 청년 정신으로 문학의 길을 밝혀 주기를 바라는 선배 문인들의 마음이 담긴 상으로 상금은 300만원이다.

 

올해 처음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유강희 시인은 전북작가회의에서 청년분과 분과장을 맡아 젊은 작가들을 이끌어 왔고, 첫 시집 불태운 시집에 이어 지난해 출간한 오리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순결한 눈과 치열한 시 정신으로 독자적인 시 세계를 만들어 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8년 전북 완주 출생인 유 시인은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 2권의 시집을 출간하는 등 많은 문학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불꽃문학상 운영위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 제정된 이 상을 앞으로 전국의 많은 문학상 중 우리 지역의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갈 상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지역 기업의 메세나 환원의 좋은 사례가 되는 상으로의 의미도 깊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작가회의는 오는 25일 오후 5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올해 전북작가회의 정기총회 마련, 1회 불꽃문학상 수상자에 대한 시상과 함께 올해 펼쳐질 전반적인 사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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