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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기하학 / 함기석

 

 

야옹 야옹 비가 내린다

인간이 뇌혈관 실핏줄 같은 비

비의 발톱이 정원을 쥐새끼처럼 찢어놓은다

나는 3210층을 차례로 올라가

공중의 지하실에 도착한다

거기서 비의 공격성이

인체와 정신에 미치는 충격을 수량화한다

시 대신 기하학 문제를 풀며 오렌지랑 논다

3차원의 내가 1차원의 나를 초대해

2차원 마을에 사는 나를 찾아가는 상상을 한다

상상은 피로 물든 백지화 함께 나를 찾아온다

나는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그래도 야옹 야옹 비가 내린다 오렌지는 웃고

기하학은 기하학을 살해한다

 

 

 

오렌지 기하학

 

nefing.com

 

 

진주시가 주최하고 이형기 시인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6회 이형기문학제가 오는 31일부터 62일까지 3일간 진주시 일원에서 열린다. 31일 신안동 녹지공원에 세워진 시인의 시비 앞에서 추모제를 시작으로, 2013년 이형기문학상 시상, 체험시백일장, 전국학생 백일장대회, 시낭송대회, 문학세미나, 문학의 밤, 진주문학기행, 배너시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1일에는 이형기 문학상 시상식이 개최되는데 올해 이형기문학상 수상자로 함기석 시인이 결정됐다. 함기석 시인(47)은 충북 청주 출생으로 1992작가세계로 등단해 시집 뽈랑 공원’, ‘착란의 돌’, ‘국어 선생은 달팽이’, 동시집 숫자벌레등을 출간했으며, 이번 수상 시집은 오렌지 기하학’(문학동네)이다.

 

심사위원은 원구식(시인, 현대시 시사사 발행인), 박주택(시인, 경희대 교수), 김언희(시인), 오형엽(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조강석(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씨가 맡았다.

 

이형기문학상은 선생의 높은 문학 정신을 기리고 후학들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본상은 지난 1년간 출간된 시집 중에서 우수시집 1권을 선정해 시상하며,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 2천만 원이 지원된다. 이 상은 격월간 시사사2006년도에 제정, 2008년부터 이형기 선생의 고향인 진주시에서 주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 기념사업회에서는 시인의 시를 묶은 이형기 시 전집을 발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6회 이형기 문학제 기념호인 먼지로 돌아오다를 발간해 6회째를 맞이하는 문학제가 전국적인 문학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편 진주에서 태어난 이형기(1933~2005) 시인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이 대학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대표적인 시로는 죽지 않는 도시’, ‘낙화등이 있다. 진주농림학교 재학시절에는 제1회 영남예술제(지금의 개천예술제)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했고, 17세 때 최연소 나이로 문예지에 등단했으며. 20세기 후반 한국 시인들 가운데서 시를 소재로 삶과 인간 문제를 탐구한 가장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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