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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鴉靑)빛 시간 / 최서림
- 서울 풍경 59
淸道라는 아청빛 시간에 푹 젖었다 왔다
시인인 나를 부러워하는, 나보다 더 시인다운 농부를 만났다
소들이랑 한 식구처럼 살고 있었다 소를 닮아 눈망울에
초겨울 저녁 검푸른 물빛 하늘이 출렁출렁 담겨 있었다
마들이라는 두꺼운 시간 속에 아청빛 시인이 살고 있다
간판들이 켜질 무렵 얽매이지 않는 말이 되어 돌아다니고 있다
도봉산 겨울 능선 위 저녁 하늘빛이
노시인의 눈에 흘러내릴 듯 가득 차 있다
광주 진월동에는 이른 새벽부터 푸른 저녁까지
편백나무로 시를 짜는 목공이 있다
총알이 스친 다리처럼 시리지만
옷깃을 여미게 하는 묘한 빛깔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말에 찔리고 베여 갈라터진 이 땅 어디에서도
붕대 같은 저녁이 찾아오듯이
시의 순간만큼 짧은 아청빛 시간이 왔다 간다
최서림 서울과기대 교수(문예창작과)가 제12회 애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6일 청남대에서 열린다.
수상작은 '아청鴉靑빛 시간'이다. 애지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역사와 사회를 보는 눈이 시의 제목인 아청빛만큼 깊고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는 지극히 절제돼 시의 품격이 예사롭지 않다"며 "시인과 농부라는 모티프를 통해 아청빛 같은 언어를 만들어낸다"고 평했다.
한편 올해 처음 수상하는 제1회 애지문학회 작품상에는 김은주 시인의 '이응의 세계'가 선정됐다. '이응의 세계'는 후보 작품 10편 중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작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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