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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잘 모르겠어 / 심보선

 

 

당신의 눈동자

내가 오래 바라보면 한 쌍의 신()이 됐었지

 

당신의 무릎

내가 그 아래 누우면 두 마리 새가 됐었지

 

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

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

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꺼풀은 지그시 닫히고

무릎은 가만히 펴졌지

 

거기까지는 알겠으나

 

새는 다시 날아오나

 

신은 언제나 죽나

 

그나저나 당신은 ‥…

 

 

 

 

오늘은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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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문학상 운영위원회(회장 이숭원)는 김종삼 시문학상 1회 수상자로 심보선 시인을 선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김종삼 시문학상은 한국 순수시의 지평을 넓힌 김종삼(19211984)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김종삼 시인기념사업회(회장 심재휘)가 나서고 시인의 시비가 있는 경기 포천의 대진대학교가 후원해 지난해 제정됐다.

 

수상자 선정 기준은 '등단한 지 10년이 넘은 시인이 해당연도(심사일의 전해) 11일부터 1231일에 발간한 시집 중 김종삼의 시 정신에 부합하는 시집'이다. 심사위원은 김인환, 송재학, 남진우였다.

 

상금은 1천만원이고,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6시 대학로 '예술인의 집'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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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 심보선

 

 

나는 우연히 삶을 방문했다

죽으면 나는 개의 형제로 돌아갈 것이다

영혼도 양심도 없이

짓기를 멈추고 딱딱하게 굳은 네발짐승의 곁으로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

인간 형제들과 함께 있다

기분좋은 일은

수천수만 개의 따뜻한 맨발들로 이루어진

삶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을 때에

나의 눈동자에 쿵쿵쿵

혈색 선명한 발자국들이 찍힌다는 사실

나는 왔다

태어나기 전부터 들려온

기침 소리와 기타 소리를 따라

환한 오후에 심장을 별처럼 달고 다닌다는

인간에게로,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질문을 던져보자

두 개의 심장을 최단거리로 잇는 것은?

직선? 아니다!

인간과 인간은 도리없이

도리없이 끌어안는다

사랑의 수학은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우주에서 배꼽으로 옮겨온다

한 가슴에 두 개의 심장을 잉태한다

두 개의 별로 광활한 별자리를 짓는다

신은 얼마나 많은 도형들을 이어 붙여

인간의 영혼을 만들었던지!

그리하여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인간이기 위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에서 무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이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위하여

 

 

 

 

제11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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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경기도 화성시가 후원하는 제11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심보선(41)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금 여기5편이다.

 

노작문학상은 동인지 백조(白潮)’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풍을 주도한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끈 노작(露雀) 홍사용(1900~1947)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심 시인은 사유의 전개가 개성적이며 선명한 이미지, 신선한 언어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금은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128일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노작근린공원 내에 있는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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