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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人戀) / 박지웅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손가락이 피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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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위원장 정호승)에서 선정하는 2017년 ‘천상병詩문학상’ 19번째 수상자로 시인 박지웅(48)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문예중앙2016)이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2016년에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지난 2월 심사위원 5명으로 구성된 1차 예심에서 15권의 시집을 추천하였고, 3월 초 4명의 본심 심사위원(위원장 서정춘)들이 2차 심층 심사를 한 끝에, 자유롭고 순수한 시적 표현이 ‘故천상병’시인의 시 세계와 가장 닮아 박지웅 시인의 시집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했다.

박지웅 시인의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는 있어야 할 저곳과 지금 있는 이곳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의 틈새를 엿본 자 특유의 낭만적 아이러니와 비애의 정서가 압축적으로 응결된 작품이다.

시인은 수상시집에서 끝내 도달할 수 없으나 ‘그곳’에 이르고자 하는 유토피아적 심상지리를 ‘별방리’라는 시적 은유를 통해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우리는 모두 ‘별방리’에 이르지 못할 수 있으나, 그곳에 대한 시적 지향을 가슴에 품으며, 서로 ‘어깨너머’를 내주며 지금 이곳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시적 지향과 표현은 ‘새’와 ‘하늘’에 관한 시적 메타포를 통해 자발적 가난의 삶을 기꺼이 수락하며 살아간 故천상병시인의 시적 표현을 연상시킨다.

박지웅 시인은 “故천상병 시인의 이름과 숭고한 정신을 늘 가슴에 새기며 이 세상 소풍 마치는 날까지 마침표 없는 시를 쓰겠다”고 선정소감을 밝혔다.

<제19회 천상병詩문학상 시상식>은 ‘제14회 천상병예술제’ 기간인 4월 22일(토) 오후 2시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되며 서정춘 시인, 고영직 문학평론가 등 주요 문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며 시낭송 및 축하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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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 박지웅

 

              

신도림역에서 애인의 침대로 갈아탈 수 있다

지하철에서 침대로 환승하는 이 구조에 놀랄 일은 없다

참 많이들 드나드는 곳이니 뭐 대수겠는가

누구든지 올라타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애인은 종이처럼 쉽게 불붙는 입술을 가졌다

아래쪽은 생각마저 들어서면 뜨거워지는 곳으로

예민하지만 보통은 죽은 쥐처럼 붙어 고요하다

바로 애인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곳을 문지르면 애인은 찍찍거린다

 

희한한 일도 아니다 가랑이에 대고 피리를 불면

애인의 애인들이 나온다, 찍찍거리며

인물은 애써 무덤덤한 말투로 넉살을 부린다

역시 이곳에는 쥐가 많군

사랑하는 서큐버스, 당신이 죽으면 지하철에 앉혀둘게

 

인물은 쥐 떼를 다른 꿈에 버릴 생각이다

물오른 육체에서 쏟아져 나온 시끄러운 쥐들

더럽게 찍찍거리는 애인의 정부情夫들을 이끌고 나서는

이 새벽은 세상이 만든 조잡한 불량품이다

문 앞에 버린 거울, 그 안에 처박아 함께 버린 하늘

땅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처럼 더러운 구름이 붙어 있다

구름 위에 벽들을 얹고 지근지근 밟는다

지하에 떠 있는 하늘은 무용지물이다

저 쥐새끼들에게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볕들 날은 오지 않을 테니

 

악몽에서 악몽으로 환승하는 지하도

꼬리에 꼬리를 문 긴 난동의 악보가 꿈길을 덮고 있다

여기에 이것들을 풀어놓은 자는 그대인가 나인가

 

, 모든 밤의 여행지는 몽마夢魔의 침실로 통하고

신도림은 악몽의 환승역

수군대고 찍찍거리는 승객은 모두 아는 얼굴들

가깝거나 낯익은 얼굴이 악몽의 온상이니

보라, 악몽은 실체를 경유한다

 

인물이 신도림에서 피리를 분다

얼굴들이 몰려온다

그림자들이 찍찍거리며 뒤에 따라붙는다

인물은 길어지고 늘어지고 본인에서 멀어진다

얼굴이 얼굴을 갈아타고 퍼져나간다

인물은 번식하고 애인은 번성한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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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할 지리산문학상 수상자로 박지웅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으로는 서큐버스4편이 최종 확정됐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문학상으로서 높은 품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에도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이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제는 전국적인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지리산문학상은 이 같은 상의 위상 상승에 걸맞은 수상자 선정을 위해 안도현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고, 오랜 격론 끝에 박지웅 시인이 수상 시인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들은 “‘말과 생각이 오종종 잘 모여서 마음을 움직이는시편들이라고 박 시인의 작품을 평했다.

 

한편 제11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작은 최지원(대구)붉은 수화4편이 선정돼 같은 날 수상을 하게 된다.

 

심사는 안도현 시인 외에 이정록 시인, 류인서 시인이 맡았으며 각 시인의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가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엄정한 객관성 확보를 통해 전국적으로 권위가 있는 문학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지리산문학제를 주관해온 지리산문학회는 올해로 37년을 맞고 있는 유서 깊은 문학회다.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하고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해 왔다.

 

박지웅 시인은 1969년 부산 출생으로 2004시와사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201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됐다. 시집으로 너의 반은 꽃이다’(2007, 문학동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2012, 문학동네),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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