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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안에는 배고픈 고래가 산다 / 조효복

 

 

아이의 웃음에선 생밀가루 냄새가 났다

접시 위에 수북이 담긴 고기를 자랑하는 아이

가쁜 숨을 내쉬며 조그마한 얼굴이 웃는다

콧등을 타고 오른 비음이 아동센터를 울린다

해를 등지고 앉은 언니는 아빠를 닮았다

그늘진 탁자에는 표류 중이던 목조선 냄새가 비릿하게 스친다

구운 생선을 쌓아두고 살을 발라낸다

분리된 가시가 외로움을 부추긴 친구들 같아 목안이 따끔거린다

흰 밥 위에 간장을 붓고 또 붓는다

짜디짠 바람이 입 안에 흥건하다

훔쳐 먹다 만 문어다리가 납작 엎드린 오후

건너편 집 아이가 회초리를 견딘다

튀어나온 등뼈가 쓰리지만 엄마는 버려지지 않는다

매일 다른 가족이 일기 속에 산다

레이스치마를 입은 아이가 돈다

까만 유치幼齒를 드러낸 아이가 수틀을 벗어난 실처럼 돌고 있다

귀퉁이를 벗어난 아이들이 둘레를 갖고 색색으로 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뱃구레 속에 고래가 산다

골목은 높낮이가 다른 파동들이 그려놓은 바다 놀이터

제자리가 두려워 아래로만 내달리는 모난 고래들

풍덩 골목 아래로 제 몸을 던진다

가라앉은 먼지위로 고래가 헤엄친다

팥물 묻은 고래 비탈을 구른다

천막 아래 등이 굽은 엄마가 붕어빵을 굽는다

 

 

 

 

[당선소감] '시작'이라는 언어의 무게 가늠

 

추워진 날씨에 눈이 올 것만 같은 날. 가르치던 아이들의 그림 전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점검 중에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 놀라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전시장을 서성거렸습니다. 그림들이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액자 없이 나란히 걸린 아이들의 그림이 더 정겨워집니다. 낯선 공간에서 처음 만난 그림들은 서로 스며들어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용한 전시장 안은 수런거리며 끝나지 않을 동화와 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림 속엔 부족하고 아팠지만 다정하고 따뜻했던 어린 시절의 저와 친구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소외된 곳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좀 더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림 안에서 만나 서로 밑그림이 되기도 하고 덧칠이 되어 다독였던 시간들. 그런 시간들이 시가 되어 안겼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빈 손 안에 언어의 온기를 소중히 담아내겠습니다. '시작'이라는 언어의 무게를 다시 가늠 해 봅니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쓰겠습니다.

 

사물을 보는 통찰력과 명징한 언어의 결을 일깨워주신 조정인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기에 건강이 좋지 않으신 부모님께 당선 소식을 알리게 되어 기쁩니다. 한결같은 자세로 시 쓰는 일에 매진하라고 격려해 주신 계간 '시로여는세상'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수요문학회문우들, 곁에서 묵묵히 응원을 해 주신 김성병 씨와 아들 도연, 재연, 형제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시 앞에 설 수 있도록 튼튼한 다리를 놓아 주신 무등일보사 관계자님들과 저의 어눌한 언어의 손을 잡아 주신 노철 심사위원 선생님께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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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상처와 희망 공존 진실 통찰의 힘 돋보여

 

전국에서 응모한 1천100여편이 넘는 시를 읽으면서 삶과 진솔하게 맞서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과거의 회고에 치우치거나 르포처럼 서술된 작품이 많았다. 지금 여기의 삶과 마주하는 긴장이 아쉬웠다. 또 다른 경향은 상상력을 발휘했지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지나치게 확대하여 시어가 모호한 경우다. 바꾸어 말하면 시어가 모호한 것은 창작자의 생각과 감정이 정확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수사를 따라갈 때 발생한다. 시의 언어는 모호한 것이 아니라 적확하다는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작품이 기대보다 적었다. 이 가운데서 시어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여백 속에서 정서와 의미를 생성하는 시의 본디를 갖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고민한 끝에 조효복의 '붕어빵 안에는 배고픈 고래가 산다'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이 작품은 삶의 굴곡을 상상력을 통해 묘사하면서도 상처와 희망이 공존하는 진실을 통찰하는 힘이 있다. 궁핍이 가져온 상처를 그리면서도 상처를 넘어서는 순수한 삶의 활달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을 참신한 감각으로 묘사하면서 입체적으로 조형하는 능력을 갖추어 앞으로 창작될 시를 기다리게 한다.

 

아쉽게 당선작이 되지 못한 이미영의 '디스코 팡팡'도 활달한 언어로 사실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힘이 있었다. 다만 시 세계가 사실을 넘어서는 삶으로 확장하는 진폭을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다른 작품으로 노수옥의 '감당'은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통해 삶의 진실을 포착하고 있었으나 마무리가 아쉬움을 주었고, 김태훈의 '애인의 애인'은 감각적 묘사력이 돋보였으나 언어를 꽉 채우다보니 주제가 뚜렷하게 전경화 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김영의 '뼈를 추리는 바람'은 사물에 인간의 심성을 부여하는 감수성을 갖추었으나 군데군데 수사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당선작을 포함한 위 작품들은 감수성과 언어를 다루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어 시인으로서 태도를 갖추었다. 모두가 꾸준하게 창작할 때 신진 시인으로서 빛을 발휘하리라는 믿는다. 하나 덧붙이자면 답답하고 때로는 울분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시대에 당대의 시인으로 독자들에게 예리한 충고와 따뜻한 위로를 주는 위의를 세워주길 바란다.

 

심사위원 노철 전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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