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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 / 이수명
어느 날 그 건물 아래로 밧줄이 드리워지고 사람들이 하나씩 건물을 빠져나갔다. 밧줄은 아주 오래 매달려 있었다. 가느다란 외줄이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을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그 후 그 건물이 완전히 철거되었을 때 밧줄은 사라졌다. 더 이상 밧줄을 타고 내려갔던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 그 밧줄에 매달려 있는 것을 날마다 보았다. 움직이지도 않고 딱정벌레처럼 등을 웅크린 채 그는 허공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이 건물, 저 건물에 그 밧줄을 번갈아 걸었다. 밧줄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짧아졌다.
어느 날 새로 불 켜진 창에서 한 사람이 떨어졌다.
계간 "시 현실"과 박인환의 고향인 강원도 인제 "내린천문학회"가 공동 제정한 박인환 문학상 2회 수상자로 시인 이수명(36)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으로 뽑힌 "망고" 외 6편은 심사위원 이승훈, 오세영, 이유식으로부터 "전통적인 시 쓰기를 부정하는 모더니즘 미학을 보인다는 점에서 박인환의 문학 정신과 통한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무균질의 언어"를 구사하는 시인 이수명(35)씨. 그에게 겹경사가 생겼다.
며칠 전 제2회 박인환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데 이어 20일에는 그의 세 번째 시집 "붉은 담장의 커브"(민음사)가 출간된다.
시상식은 10월 9일 인제에서 열리는 박인환문학제 행사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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