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정치 / 고영민
봄이 오는 걸 보면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졌다
얼음이 풀린다
나는 몸을 움츠리지 않고
떨지도 않고 걷는다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만으로도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지나가도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
따뜻한 눈송이들
지난 겨울의 노인들은 살아남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단단히 감고 있던 꽃눈을
조금씩 떠보는 나무들의 눈시울
찬 시냇물에 거듭 입을 맞추는 고라니
나의 딸들은
새 학기를 맞았다
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제22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작으로 시인 고영민의 '봄의 정치'(창비2019)를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천상병예술제'는 우리시대 대표적 순수시인이자 문단의 마지막 기인(伎人)으로 불리는 천상병(1930~1993년) 시인을 기리는 경기북부 대표 문학제로 (재)의정부문화재단에서 매년 후원하고 있다.
천상병시상심사위원회는 2019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데뷔 10년 이상 된 시인을 대상으로 역대 수상자를 비롯해 추천위원들로부터 20여 권의 시집을 추천받아 이 가운데 1차 예심을 통해 6권의 시집으로 압축했다.
이어 이달 초 본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끝에 고영민 시인의 '봄의 정치'를 최종 선정했다.
시집은 ‘죽음’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다룬다. 특히 어머니(아버지)의 부재(不在)를 다루는 시의 행간에는 그리움의 정동과 더불어 자기 앞의 인생을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사유의 힘이 느껴진다. 시의 언어가 절제되어 있고, 시행 또한 간소하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고영민 시인은 196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2002년 '문학사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구구' 등이 있다.
이와함께, ‘제2회 천상병동심문학상’으로는 이정석 시인의 동시집 '촛불이 파도를 타면(아동문학평론2019)'이 선정됐다.
‘천상병동심문학상‘은 '천상병예술제'의 외연을 확대하고 아이처럼 순수하고 천진했던 천상병 시인을 기리며 동시인들에게 창작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된 상이다.
자세한 사항은 의정부문화재단 홈페이지(www.uac.or.kr)를 참고하거나, (사)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02-972-282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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