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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봉 1 / 김지하
멀리서 보는
백학봉(白鶴峰)
슬프고
두렵구나
가까이서 보면 영락없는
한 마리 흰 학,
봉우리 아래 치솟은
저 팔층 사리탑
고통과
고통의 결정체인
저 검은 돌탑이
왜 이토록 아리따운가
왜 이토록 소롯소롯한가
투쟁으로 병들고
병으로 여윈 지선(知詵)스님 얼굴이
오늘
웬일로
이리 아담한가
이리 소담한가
산문 밖 개울가에서
합장하고 헤어질 때
검은 물위에 언뜻 비친
흰 장삼 한자락이 펄럭.
아 이제야 알겠구나
흰 빛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을.
제14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김지하(61) 씨가 선정됐다. 한국 현대시의 모더니즘을 개척한 정지용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참여 시인인 김씨가 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여러모로 뜻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상작은 ‘백학봉(白鶴峰·1)’이다.
김씨는 유신 독재에 항거하다 8년 동안 옥고를 치렀으며 ‘황토’‘오적’‘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시집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저항 시인으로 자리 잡았다.
김씨는 “나에게 지용상을 주겠다고 한다. 기쁘다기보다 두렵다.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접한 이래 40여 년을 내내 아직까지도 두려운 분이 지용 선생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6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에서 치러지는 ‘서울 지용제’ 행사와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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