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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자 / 문인수

 

 

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초식당 천막 안에, 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 다니지 않으니,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 않는다. 상당기간 실로 모처럼 편안한, 등받이며 팔걸이가 있는 저 의자,

 

여름의 엉덩일까, 꽉 찬 먹구름이 무지근하게 내 마음을 자꾸 뭉게뭉게 뭉갠다. 생활이 그렇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런 저런 궁리 중이다. 이 몸 요가처럼 비틀어 날개를 펼쳐낸 저 의자,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 의자가 쉬고 있다.

 

 

 

 

2007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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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오래 머물면 마음이 맑아지는 한편의 시

 

논의 끝에 마련한 심사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상에 대한 예사롭지 않은 발견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응결 혹은 형상화의 미학이 있어야 한다. 셋째, 가독성과 흡인력이 높아야 한다. 넷째, 미당의 문학성과 상관성이 있으면 더 좋다. 다섯째, 독자의 나태한 일상을 흔들고 긴장케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최종 후보에는 젊은 시인과 원로급 시인이 두루 있었다. 이장욱·손택수·김행숙은 개성있고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지만 연륜·안정성·가독성 문제가 제기됐다. 김경주는 비유와 시적 공간의 세련성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수상작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문재의 문명 비판시는 그것이 지닌 의미는 인정하지만 아직 출발선에서 멀리 못 간 것 같다는 지적, 다른 작품과의 연결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형렬의 달개비의 사생활은 찬사를 받았지만 그 외 작품에서 안이한 상상력과 언어가 엿보여 아쉬웠다. 김명인과 김신용에 대해서, 특히 김명인 시의 수사적 세련됨과 안정감을 다들 고평했다. 반면 한 자리에 머물며 같은 언어를 반복하는 듯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진규 시에 대해서도 비슷한 견해가 나왔지만 미당문학상을 떠받칠만한 단 한편의 시를 선별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문인수가 남았다. 그의 시가 기준에 가장 근접해 있었다. 태작 없이 대부분 높은 완성도를 가졌고, 원숙기에 들어섰으며, 그의 작품 몇 편이 계속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다는 점이 그의 치열한 시 정신과 함께 인정됐다. 그 중 식당의자공백이 뚜렷하다를 놓고 마지막 격론이 있었다. 두 작품 모두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예사롭지 않은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발견의 충격과 시적 에스프리의 매력은 공백이 뚜렷하다가 더 강하다. 그러나 공백이 뚜렷하다는 더 높은 정신으로 응결되지 못한 개인적 삶의 허무를 노래한다. 이에 비해 식당의자는 언뜻 기시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삶의 근저에 닿아있다. 버려진 식당의자를 소외된 존재와 연결하는 비유적 상상력은 평범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평범에서 비범의 긴장과 의미를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또 소외된 존재에 대한 연민이라는 주제는 멋진 허무의 포즈보다 신뢰감이 높다. 기발한 시적 공간도 아니고 목소리도 낮지만 겸손한 진정성과 섬세한 미학성이 잘 결합된 수작이다. 오래 머물면 마음이 맑아지는 예쁜 굴곡과 무늬가 숨어있다. 미당문학상의 영예는, 오래된 기억같은 작품 식당의자에 주어졌다.

 

심사위원 황현산·이시영·황지우·김혜순·이남호

 

 

 

 

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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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근성의 승리, 비주류의 승리

 

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으로 문인수(61)씨의 시 '식당의자',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으로 김연수(37)씨의 중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이 선정됐다. 미당 서정주(1915~2000) 선생과 소설가 황순원(1915~2000)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된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은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주최하고 LG그룹이 후원한다.

 

미당. 황순원문학상은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상이다. 미당문학상 상금은 3000만원, 황순원문학상은 5000만원으로 각 부문 국내 최고 액수다. 모두 26명의 심사위원이 투입됐고, 8개월 동안 81종의 문예지를 검토했다.

 

문씨 시의 매력은 야생성에 있다. 규범에 매이지 않는 상상력과 자유로운 표현력은 그의 시를 설명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더욱이 그는 늘 저 낮은 세상을 바라본다. 번듯한 시 수업 한 번 받은 적 없는 시인이기에 외려 구현할 수 있는 작품세계다. 수상작 '식당의자'는 식당 천막 아래 놓여 있는 플라스틱 의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시인은 허름한 의자에서 삶의 그늘을 찾아낸다.

 

문인수씨는 이른바 '변방의 시인'이었다. 42세에 문예지 '심상'으로 등단한 늦깎이이고, 대구를 무대로 활동하는 지방 시인이다. 무엇보다 그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동국대 국문과를 6개월만 다녔을 따름이다. 시인은 "허위 학력 파동으로 소란스러운 이때 큰 상을 받게 돼 감개가 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당. 황순원문학상 시상식은 중앙 신인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1026일 오후 6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미당.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중앙북스)은 이번 주말께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편 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자는 20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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