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그물 / 박종해
풀벌레는 달과 별을 빨아들여
소리의 그물을 짠다
명주실 보다 더 가늘고 연한 소리와 소리의
음계에 달빛과 별빛을 섞는다
나뭇잎마다 포르스름한 별빛과 달의
은빛 입술이 맺혀 있다
풀벌레는 이러할 즈음 잊혀진 그녀의 머리칼
한 올 한 올까지도 소리의 실로 짜 내린다
나를 벼랑으로 떨어뜨리고 가버린 그녀의
동그스름한 얼굴이 달처럼 떠오른다
잊어버린 시간의 풀섶에서 풀벌레가
잊어버린 말을 명주실처럼 뽑아낸다
아무렇지도 않던 생각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잊어버린 강 언덕 달빛 부서지는 메밀밭 언저리를
찿아가고 있다
어느새, 화안한 달빛 속에서 아련한 여장의 그리메가
나뭇가지와 오솔길과 벤취 위에 가득하다
전 울산예총 회장인 박종해 시인이 제29회 '상화 詩人賞'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종해 시인은 역대 수상자 중 경남권역 최초의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안게 됐다.
상화 시인賞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등 주옥같은 시를 쓴 민족 시인 이상화 선생의 애국정신과 민족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다.
이상화 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대구광역시가 지원하는 상화시인상은 2013년과 2014년에 전국에서 발간된 시집 중 70권을 수집해 제1차 심사에서 15권을 뽑은 뒤 2차 심사에서 5권의 시집을 뽑아 최종적으로 박종해 시인의 시집 '소리의 그물'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으로는 시인 장석남과 시인 정민호, 문학평론가 권기호씨가 맡았다.
심사평에서 "박종해 시인은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지 34년 동안 전통과 서정성을 바탕으로 진솔하고 명징한 시세계를 추구해 왔으며 치열한 詩정신을 바탕으로 한 그의 시집 '소리의 그물'은 대단히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해 선정하게 됐다"고 밝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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