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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박준

- 태백에서 보낸 편지

 

 

그곳의 아이들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 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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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박준 시인이 선정됐다.

 

박재삼문학관운영위원회(위원장 홍옥숙)는 본심에 오른 10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 결과, 박준 시인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지)를 최종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7회 박재삼문학상 예심은 배한봉·김근 시인과 박현수 경북대 교수가 심사를 맡았으며, 본심은 최문자, 이상국(2회 박재삼 문학상 수상자) 시인이 맡았다.

 

박재삼 문학은 한국의 내재된 언어 감각에 충실한 점과 모국어의 순결성을 눈부시게 되살리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심사위는 박준 시인의 시가 박재삼의 언어적 유전 형질과 본질에서 유사성을 띠고 있다고 평했다.

 

본심 심사를 맡은 최문자 이상국 시인은 "박재삼시인의 시정신과 시세계의 특성과 징후들과 상당히 부합 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염두에 두면서도 서정을 갱신 보완하려는 입장과 서정의 방향전환을 꿈꾸는 시인의 시세계를 옹호한다는 의지를 보이며 심사했다""소위 서정성이 스타일이 아니라 메커니즘이라는 것과 이 사실이 박재삼과 박준을 잇는 내재된 것들의 유사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논의하고 토론을 거친 후에 심사위원은 박 준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시집을 선정하고 박준시인을 수상자로 확정하였다"고 밝혔다.

 

박준 시인은 1983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08년 계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등이 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펴냈다. 신동엽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편운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7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준 시인은 "처음 시를 쓰고 공부할 무렵 저는 박재삼을 읽으며 오래 앓았다. 문면(文面)은 다습고 아름다운데 이면(裏面)은 서늘하고 슬펐기 때문이었다""책을 덮고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아도 박재삼 시의 풍경들은 제 눈앞에서 자주 일렁였습니다. 삶의 어느 자리에 머물러야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우러름 섞인 질문이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어쩌면 제가 기다렸던 무엇이 당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저는 이 큰 상을, 상이 아닌 질문으로 받고자 한다""아프게 더 아프게 시와 삶의 자리를 물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받고자 한다. 이순(耳順) 무렵의 박재삼 시인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진실로 진실로/세상을 몰라 묻노니/별을 무슨 모양이라 하겠는가/또한 사랑을 무슨 형체라 하겠는가라는 질문처럼 끊임없이 묻고 묻겠다"고 수상소삼을 밝혔다.

 

박재삼문학관 운영위는 등단 10년 이상 된 시인을 대상으로 박재삼 시인의 서정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전년도(20181~12)에 발간된 모든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시영, 이상국, 이문재, 고영민, 이정록, 이홍섭 시인이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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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 이홍섭

 

 

나에게는 구멍이 많다

여기도 구멍,

저기도 구멍,

내 삶의 담벼락은 구멍 천지다

 

구멍이 많아 슬플 때는

슬픔이 모든 구멍으로 흘러넘칠 때는

하루종일

검은 돌이나 삼킨다

 

돌을 삼키고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이

나를 삼키고

 

오냐, 큰 구멍이여

오려면 와라

정중하게 와서

나를 통째로 삼켜라

 

나는 구멍과 싸운다

구멍은 슬픔이고

구멍은 나의 적이고

구멍은 나의 동지이고

구멍은 운명이다

 

흰 돌을 게워낼 때까지

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검은 돌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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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이홍섭 시인이 선정됐다.

 

박재삼문학제추진위원회(회장 윤덕점)는 예심을 통과한 15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오랜 시간 논의한 끝에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와 이홍섭 시인의 검은 돌을 삼키다로 압축하였고, 삶의 내면이 잘 녹아있는 이홍섭 시인의 검은 돌을 삼키다를 최종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6회 박재삼문학상 심사는 길상호, 안현미 시인이 예심에 참여하고, 남진우, 전동균 시인이 본심을 맡았다.

 

이홍섭 시인은 1965년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1990현대시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각각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강릉, 프라하, 함흥, 숨결, 가도가도 서쪽인 당신, 터미널등과 산문집 곱게 싼 인연을 출간,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시인시각 작품상, 현대불교문학상, 유심작품상, 강원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박재삼문학제 추진위 측은 등단 10년 이상 된 시인을 대상으로 박재삼 시인의 서정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전년도(20171~12)에 발간된 모든 시집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다른 문학상을 이미 수상한 작가는 배제하는 원칙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시영, 이상국, 이문재, 고영민, 이정록 시인이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박재삼문학제는 22일과 23일 이틀동안 박재삼문학관 일원에서 박재삼 청소년문학상, 학생 및 일반인 백일장, 박재삼 시세계 조명 문학특강, 박재삼시 암송대회, 박재삼문학상 시상식 등으로 진행된다. 박재삼문학상 시상식은 23일 열린다.

 

한편, 박재삼 시인은 193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삼천포에서 자랐으며, 1953년 문예에 시조 강가에서를 추천받았고, 1955년 현대문학에 시 섭리’, ‘정적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현대문학신인상, 문교부 문예상, 인촌상, 한국시협상, 노산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평화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조연현문학상, 6회 올해의 애서가상 등을 수상하였고, 은관문화훈장(1997)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춘향이 마음’, ‘천년의 바람’, ‘뜨거운 달15권의 시집이 있다. ‘아름다운 삶의 무늬9권의 수필집을 비롯해 다수의 시선집을 펴냈다.

 

문단에서는 박재삼 시에 대해 가난과 설움에서 우러나온 정서를 아름답게 다듬은 언어 속에 담고, 전통적 가락에 향토적 서정과 서민생활의 고단함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인은 1997년 지병으로 64세 나이로 타계했다. 박 시인의 묘소는 지난해 유족의 뜻에 따라 서울 근교 한 가족묘원에 이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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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 이정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 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근사하고 짜릿하고 감격스럽고 황홀하고 벅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운다

 

목마른 낙타가

낙타가시나무 뿔로 제 혀와 입천장과 목구멍을 찔러서

자신에게 피를 바치듯

그러면서도 눈망울은 더 맑아져

사막의 모래알이 알알이 별처럼 닦이듯

눈망울에 길이 생겨나

발맘발맘, 눈에 밟히는 것들 때문에

 

섭섭하고 서글프고 얄밉고 답답하고 못마땅하고 어이없고

야속하고 처량하고 북받치고 원망스럽고 애끓고 두렵다

 

눈망울에 날개가 돋아나

망망가슴, 구름에 젖는 것들 때문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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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이정록 시인이 선정됐다.

 

박재삼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513일 예심을 통과한 10편의 시집 가운데 지난 63일 본심 심사를 통해 이정록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을 수상작으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정록 시인은 196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다.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풋사과의 주름살> 등 아홉권의 시집을 냈다. <콧구멍만 바쁘다> 3권의 동시집, <대단한 단추들> 4권의 동화책, 산문집 <시인의 서랍> 등을 펴냈다. 2001년 제20회 김수영 문학상, 2002년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2013년 윤동주 문학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박재삼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예심위원(유성호 평론가, 이영광·장만호 시인), 본심위원(김명인·이하석 시인)으로 구성해 시력 20년 이상 된 시인이 2016년 출간한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심사위는 박재삼 시인은 세상살이의 정한(情恨)을 절제된 문맥으로 되살려낸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이다. 그는 풍경과 언어가 시적 비유로 통합되어 새롭게 확장된다는 사실을 우리말의 창조적 활용이나 전통시학의 재발견을 토대로 실현해보였다이정록 시인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은 시인의 표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들의 환한 표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간의 방심 위에 얹히는 영롱한 시의 모습이기도 했다고 평했다.

 

이하석 김명인 본심 심사위원은 이정록 시인은 시가 생의 허기 속에서만 똬리 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무르녹는 풍상을 통해서도 흘러넘친다는 것을 수많은 가편(佳篇)으로 증명해 보였다때로는 능청스럽기조차 한 그의 물활론적 세계관은 우리 서정시의 또 다른 중심과 만나려는 시도로서도 충분히 개성적이다. 특히 수상작이 된 시집에서도 이러한 성취는 두드러지는 바, 일찍이 박재삼 시인이 추구한 해맑고도 아련한 살림의 시학을 정통으로 이어받고 있다고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5회 박재삼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78일 오후 4시 사천시 박재삼문학관에서 박재삼문학제추진위원회(위원장 김경숙)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다.

 

19회 박재삼문학제는 7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박재삼문학관 일원에서 개최되며, 7일 전국 학생 시 백일장, 8일 청소년문학상 결선, 일반부 백일장, 박재삼 시 암송대회 결선, 세미나, 문학의 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한편, 박재삼 문학상 역대 수상자는 제1회 이시영 시인을 시작으로 이상국, 이문재, 2016년에는 고영민 시인이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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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 고영민

 

 

비둘기가 울 때마다 비둘기가 생겨난다

 

비둘기는 아주 오래된 동네

텅 빈 동네

 

학교를 빠져나와 공중화장실에서

긴 복대를 풀어놓고

숨죽인 채 쌍둥이 사내애를 낳고 있는

여고생

빈 유모차를 밀며 공중화장실 옆을 지나는

할머니 머리 위

 

비둘기는 비둘기를 참을 수 없다

밀려오는 요의처럼

누군가는 비둘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비둘기가 비둘기에게 물을 붓는다

비둘기는 꺼질 리가 없다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비둘기가 연신

비둘기를 뱉어낸다

 

 

 

 

2016 제4회 박재삼 문학상 수상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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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고영민 시인이 선정됐다.

 

사천시는 박재삼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심사한 결과 고영민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고영민 시인은 2015년에 발간한 네 번째 시집 구구를 통해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시인은 충남 서산 출생으로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심사위는 시력 10년 이상 된 시인이 2015년 출간한 시집 가운데 한국의 걸출한 서정시인인 박재삼의 시 정신에 맞고, 치열하게 시작활동을 한 고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재삼문학상 역대 수상자는 제1회 이시영, 2회 이상국, 3회 이문재 시인이다.

 

4회 박재삼문학상시상식은 오는 611일 박재삼문학관에서 박재삼문학제추진위원회(위원장 윤향숙)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올해 18회 박재삼문학제610일부터 이틀간 박재삼문학관 일원에서 개최되며 10일 전국 학생 시 백일장, 11일 청소년문학상, 일반인 백일장, 박재삼 문학의 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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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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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서정시인 박재삼의 문학사적 성과와 위상을 기리고, 시인의 문학과 고향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담은 제3회 박재삼문학상에 이문재 시인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가 선정됐다.

 

올해 박재삼문학상 본심 심사위원으로는 허영자, 강희근, 김연동 시인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2014년에 발간된 시집에서 10권의 시집을 엄선해 최종심에 올렸다심사위원 세 사람이 각각 10권의 시집을 받아 읽은 결과 최종심에 각자 세 권의 시집을 골라내었는데 각자가 선한 시집 그 세 권 중 공통으로 올린 시집이 한 권 나왔다. 이문재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이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이문재 시집의 작품 중 <사막>, <오래된 기도>, <혼자만의 아침> 3편의 시에서 보이는 관계의 세계미학에 대해 주목했다고 전했다.

 

강희근 시인은 이문재 시인은 사이관계를 탐색하고 그를 통해 이웃, 주변, 그대를 챙기는 관계의 미학을 보여 준다. 그것을 관념으로 바꾸어 말하면 사랑의 미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문재 시인은 그 어느 경우이든 확실한 사물(형상)을 기점으로 사색과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말하자면 지향이 있되 그것을 형상으로 말하는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박수를 보내고자 하는 이유라고 박재삼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3회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한 이문재 시인은 십년 만에 시집을 내놓고 막막하던 차에 이런 격려를 받게 되었다. 스무 살 시절, 춘천 소양강가에서 박재삼 선생의 시를 읊조리며 가을을 맞이하던 때가 있었다. 삼십여 년 전, 그 늦여름, 가을이 오는 저녁 강가에서 혼자 태운 눈물이 저로 하여금 시의 길로 올라서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와 함께 애인에게 다가가려 한다. 생명에게, 평화에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려 한다박재삼의 시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시가 있어야 할 기쁜장소를 넓혀나가기 위해 남은 힘을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문재 시인은 1959년 경기도 김포 출생으로, 1982<시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시사저널 기자(1989~2005), 문학동네 편집주간(1998~1999)을 지냈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동네 편집위원,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김달진 문학상, 시와 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경희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집으로는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5권을 펴냈으며, 산문집으로는 <내가 만난 시와 시인>(문학동네, 2004),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호미, 200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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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을 적시며 / 이상국

 

 

비 오는 날

안경쟁이 아들과 함께

아내가 부쳐주는 장떡을 먹으며 집을 지킨다

아버지는 나를 멀리 보냈는데

길 데 못 갈 데 더듬고 다니다가

비 오는 날

나무 이파리만한 세상에서

달팽이처럼 뿔을 적신다

 

 

 

 

박재삼 문학상 2013 제2회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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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박재삼문학상에 이상국 시인이 선정됐다.

 

박재삼문학상운영위원회는 이상국 시인(수상작 시집 '뿔을 적시며')이 사소한 것에서 출발해 크고 깊은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정갈하게 풀어내 올해 박재삼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광규 심사위원은 "향토의 서정과 서민의 삶에 뿌리내린 이 작품들은 남성적 어조의 소박한 육성을 들려주고, 이 시인 특유의 진솔한 시세계를 형상화해 친숙하게 읽히고 폭넓은 공감을 자아낸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상국 시인은 "선배시인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을 받으며, 언젠가 제 노래도 우리 땅 어느 한 자락을 울릴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지난 1946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지난 1976'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우리는 읍으로 간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등을 냈고,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유심작품상, 불교문예작품상, 정지용문학상, 강원문화예술상 등 수상했다.

 

 

 

뿔을 적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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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 이시영

 

 

경찰은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였다. 20일 오전 530, 한강로 일대 5차선 도로의 교통이 전면 통제되었다. 경찰 병력 20개 중대 1600명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대테러 담당 경찰특공대 49, 그리고 살수차 4대가 배치되었다. 경찰은 처음부터 철거민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강로 2가 재개발 지역의 철거 예정 5층 상가 건물 옥상에 컨테이너 박스 등으로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중인 세입자 철거민 50여명도 경찰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최후의 자위책으로 화염병과 염산병 그리고 시너 60여통을 옥상에 확보했다. 65, 경찰이 건물 1층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곧바로 화염병이 투척되었다. 610, 살수차가 건물 옥상을 향해 거센 물대포를 쏘았다. 경찰은 쥐처럼 물에 흠뻑 젖은 시민을 중요 범죄자나 테러범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645, 경찰특공대원 13명이 기중기로 끌어올려진 컨테이너를 타고 옥상에 투입되었다. 이때 컨테이너가 망루에 거세게 부딪쳤고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이 물대포를 갈랐다. 710, 망루에서 첫 화재가 발생했다. 720, 특공대원 10명이 추가로 옥상에 투입되었다. 726, 특공대원들이 망루 1단에 진입하자 농성자들이 위층으로 올라가 격렬히 저항했고 이때 내부에서 벌건 불길이 새어나오기 시작했으며 큰 폭발음과 함께 망루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물대포로 인해 옥상 바닥엔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물이 흥건했고 그 위를 가벼운 시너가 떠다니고 있었다. 이때 불길 속에서 뛰쳐나온 농성자 3, 4명이 연기를 피해 옥상 난간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외쳤으나 아무도 그들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매트리스도 없는 차가운 길바닥 위로 떨어졌다. 이날의 투입 작전은 경찰 한명을 포함, 여섯 구의 숯처럼 까맣게 탄 시신을 망루 안에 남긴 채 끝났으나 애초에 경찰은 철거민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철거민 또한 그들을 전혀 자신의 경찰로 여기지 않았다.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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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문학상운영위원회는 11일 제1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자로 이시영(사진) 시인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창비).

 

심사위원회(위원장 신경림)"이시영 시의 비범성은 언어의 밀도가 여백에 의해 더욱 꽉 조여진 듯 느껴지는 데서 두드러진다"면서 "서정시가 갖는 본연의 정서와 미감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하지 않고 떠올려 우리 시대의 진실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점을 높이 샀다"고 평했다.

 

박재삼문학상과 함께 제정된 제1회 박재삼사천문학상 수상자로는 김륭 시인이 선정됐다.

 

이 상은 지난 한 해 동안 경남지역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등단 10년 미만 시인에게 주는 작품상이다.

 

박재삼문학상은 경남 사천 출신 시인 박재삼(1933~1997)의 문학정신을 기려 제정됐으며 상금 1천만 원과 상패를 시상한다. 박재삼사천문학상은 상금 500만 원과 상패를 준다.

 

시상식은 박재삼문학제 기간인 69일 경남 사천시 서금동 소재 노산공원 내 박재삼문학관에서 열린다.

 

 

 

 

박재삼 문학상 2012 제1회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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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사천시와 지역문인들이 중심이 돼 제정한 '1회 박재삼문학상' 수상작품들을 모았다. 영예의 수상자는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의 이시영 시인이 차지했으며, 강은교·이홍섭·조용미 시인 등이 우수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다. 함께 제정된 '박재삼사천문학상'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등을 펴낸 진주 출신의 김륭 시인이 수상했다.

 

사천에서 태어난 박재삼(1933~1997) 시인은 삶의 체험과 감정의 절제를 자연과 깊이 있는 교감을 통해 표현해 한국 문단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집에는 이시영 시인의 수상 시집 대표작 8편 등이 담겼다. 문학평론가 류신은 이시영 작품론을 통해 "그의 시세계는 여덟 모로 엷게 각이 지면서 맵시 있게 마무리된 북악산 팔각정의 단아한 지붕을 연상시킨다"며 위트, 인간미, 멜랑콜리 등을 그 여덟 개의 꼭짓점으로 들었다. 200, 실천문학,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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