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들 / 이동우
주인 잃은 신발이 멈춘 곳
길의 끝이 있다
버려진 것들에겐
죽창 같은 겨울바람만 이어져
화려한 신차 발표장 뒤편으로 모인
막다른 길
작업화부터 목발까지
순번을 단 신발들
발소리조차 얼어붙어
길바닥에 웅크려 있다
굴뚝 위의 외침을 기억하는 안전화
해고 후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운동화
대한문 앞 핏빛 향내가 철거된 뒤
꺽인 깃대 끝에 매달려 보낸 밤들
촛불의 메아리는 가 닿을 곳이 없다
삭발하고 곡기 끊은 숨탄것들이
걸음, 걸음마다 북소리처럼 운다
눈보라 속 맨발로 떠난 주인
그의 부활을 믿지 않는
텅 빈 신발이 혼잣말한다
나라도 던지지 그랬어?
남겨진 이들은
불온한 땅을 딛기 거부하며
오체투지로 끊어진 길을 잇는다
발광생물
nefing.com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외치며 스스로를 불살랐던 전태일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제정된 ‘전태일문학상’이 올해로 23회째를 맞았다. 이보다 13년 뒤에 제정된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이번이 10회째이다.
제23회 전태일문학상에는 시, 소설, 생활·기록문 부문에 각각 873편(응모자 186명), 71편(65명), 115편(90명)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당선작으로는 시 부문에 이동우의 ??막다른 길들?외 3편이, 소설 부문에 김주욱의 ?발광생물?이, 생활·기록문 부문에 김동수의 ?나도 청소노동자다?가 선정되었다. 응모작 심사는 예심과 본심으로 나뉘어, 시 부문 예심은 송경동, 문동만, 본심은 백무산, 김용락 시인이, 소설 부문 예심은 홍명진, 이재웅, 본심은 윤정모, 김남일 소설가가, 생활·기록문 부문 예심은 최경주 소설가, 안미선 르포작가, 본심은 신순애 작가, 김해자 시인이 심사를 맡았다.
시 부문 당선작 「막다른 길들」은 쌍용차 사태를 다루고 있다. 목숨을 잃은 26명 노동자들의 ‘주인 잃은 신발’로 시작하는 이 시는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이자 노동현실에 날카로운 고발로 읽힌다. 심시위원들은 이 시가 “그런 비정함을 즉물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뒤로 숨기면서도 현실을 효과적으로 표출하고, 아울러 범상치 않은 결론으로 시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돋보였다.”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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