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그는 / 이수명
대부분의 그는 음영이 없다. 당분간 그를 세워 두는 게 좋겠다. 그를 거리에 한 줄로 늘어뜨려 놓는 게 좋겠다.
대부분의 그는 다른 사람에게 밀려들어간다. 들어가서 휘어진다. 대부분의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제 목을 자른다. 그는 우두커니 바닥나 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고 대부분의 그는 자신을 잊어버린다. 잊어버리려고 손을 들고 있다. 이제 그는 나을 것이다. 손이 굳어질 것이다.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그는 한꺼번에 발견된다.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입천장을 두드려 본다. 키득거리는 소리가 한데 뒤얽힌다.
대부분의 이동하는 그는 이동을 주장하지 않는다. 이동하는 그는 이동이 식어 있다. 그는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인가. 대부분의 그는 대부분의 그에 지나지 않아서 대부분 부서진 한복판에서
잊어버린 것을 잊어버리려고 그는 서 있다.
노작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화성시가 후원하는 ‘제12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이수명 시인이 선정됐다.
이수명 시인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4년 계간 ‘작가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등 다수가 있으며 연구서 ‘김구용과 한국 현대시’, 시론집 ‘횡단’, 번역서 ‘낭만주의’ 등이 있다.
이번 노작문학상 수상작은 ‘대부분의 그는’ 등 5편으로 우리 시의 폭을 넓게 끌어갈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수명 시인은 자신만의 독보적인 시세계를 오랜 기간 구축해 왔으며, 특히 최근 들어 그 시적 행보에 더욱 긴장감이 느껴진다.
한편,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건너며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 ’노작 홍사용(1900~1947)’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부터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되고 있다.
제1회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이후 이면우·문인수·문태준·김경미·김신용·이문재·이영광·김행숙·김소연·심보선 시인이 수상한 바 있다.
상금은 기존 1천만 원에서 인상된 1천500만 원으로 시상식은 10월 27일 제1회 노작문학제 기간 중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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